입력 2019.02.16 03:04
2016년 6월 21일 오후 국토교통부가 위치한 정부세종청사 2층 브리핑실.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용역 결과가 발표되자 지자체 관계자들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계획이 발표되자
가덕도 신공항을 밀던 부산시도, 밀양 신공항을 밀던 나머지 지자체 관계자들도 "이게 뭐냐"는 반응이었다.
발표 이후 서병수 전 부산시장은 "민자를 유치해서라도 가덕도 신공항을 추진하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대구·경북 관계자들도 "맨날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만 밀어주니 우리가 제일 만만한가 보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동남권 신공항'은 지역 갈등의 폭탄 같은 사업이었다.
'동남권 신공항'은 지역 갈등의 폭탄 같은 사업이었다.
선거철에 지역 민심을 잡기엔 좋은 카드였지만,
어떤 선택을 하든 영남권 지자체 간 갈등을 피해가기가 어려웠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3년 1월 당선자 신분으로 부산상공회의소를 방문해 신공항 건설 건의를 받고
"적당한 위치를 찾겠다"고 불을 지폈다.
이후 노 전 대통령은 2006년 임기 후반기에 공식 검토를 지시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공약했다.
이후 용역 과정에서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으로 후보지가 압축됐으나,
2011년 3월 정부는 "경제성이 없어 동남권 신공항을 추진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이듬해인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신공항 건설을 다시 대선 공약으로 꺼냈다.
입지 선정을 둘러싸고 갈등이 심각해지자, 2015년 1월 영남권 5개 지자체장이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입지 선정을 둘러싸고 갈등이 심각해지자, 2015년 1월 영남권 5개 지자체장이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5개 시·도는 '신공항 사전타당성검토 용역(입지 선정)'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정부에 적극 협조하며, 유치 경쟁 등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약속은 그리 잘 지켜지지 않았다.
동남권 신공항 업무와 관련된 국토부 공무원들의 고향이 'PK냐, TK냐'를 두고도 논란이 벌어질 지경이었다.
선거용으로 불을 지폈다, 정작 떠안으면 뜨거워서 어찌할 줄 모르는 게 동남권 신공항사업의 역사다.
선거용으로 불을 지폈다, 정작 떠안으면 뜨거워서 어찌할 줄 모르는 게 동남권 신공항사업의 역사다.
완전히 잠재운 줄 알았던 이 폭탄의 불씨가 문재인 대통령의 입지 선정 재검토 시사로 다시 살아났다.
3년 전엔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국내 전문가가 아닌 프랑스 용역팀을 불러왔는데,
이제 어떻게 더 공정한 심판을 구할지도 의문이다.
당시 용역을 담당한 장 마리 슈발리에 ADPi(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 수석 엔지니어는 이런 얘기를 했다.
당시 용역을 담당한 장 마리 슈발리에 ADPi(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 수석 엔지니어는 이런 얘기를 했다.
"태국 방콕의 수완나품 공항은 1970년대에 건설을 결정하고 부지 매입까지 마쳤지만
실제 개항(2006년)까지는 30년이 넘게 걸렸는데,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계획이 수시로 바뀐 게 원인이었죠."
수완나품 공항이 걸었던 수렁의 길로 우리는 빠져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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