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은 한국 사회 민 낯이다. 술에 관대한 분위기가 응급실 행패로 이어진다.
주폭(酒暴)만 없어도 응급실 진료할 만할 거라는 의료진이 많다.
응급 진료는 선착순이 아니라 누가 더 위험한지 순서에 따른다.
그런데도 한국 응급실에선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곳 저곳서 "나를 왜 늦게 봐주느냐"며 의료진과 실랑이한다.
손 베었다고 '공짜 119' 불러서 오고, 경증 환자가 코앞 병원 놔두고 대형 병원 가겠다고 떼쓴다.
▶대형 병원이나 국립대 병원 응급센터는 도떼기시장이다.
숨 넘어갈 만큼 처치가 시급한 환자가 있는가 하면 암 진단받았다고 응급실로 달려온 마음 급한 환자도 있다. 감기 걸렸을 뿐인데도 '이 병원서 당뇨병 치료받고 있다'며 굳이 온 사람도 있다.
일본은 아예 앰뷸런스 타고 오는 중증(重症) 환자만 들어올 수 있는 응급실을 따로 운영한다.
구급대원이 현장서 입력한 중증 점수에 따라 이송 병원이 자동으로 정해진다.
소방청 구급대원이 응급실에 상주하면서 이송 오는 중환자 정보를 미리 파악하고 대비한다.
▶국내서도 예전엔 의료진이 1339에 전화를 걸면 어느 병원 응급실에 비어 있는 병상이 있는지,
어디로 가야 심근경색증 응급 처치를 바로 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병상과 의료진 대기 상태를 파악하고 환자를 적절히 배치했다.
큰 병원과 작은 병원 간의 응급 환자 전원(轉院)도 1339를 통해 이뤄졌다.
지금은 1339가 119로 통합됐는데 배치 기능이 유명무실해졌다.
중앙응급의료센터가 전원 조정센터를 만들어 만회하려고 애쓰지만 역부족이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엊그제 연휴 근무 중 돌연 사망한 윤한덕(51)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이 총리는 "오직 응급환자를 한 분이라도 더 살리고 싶으셨던, 참 좋은 의사 또 잃었다"며
"응급의료 체계 보강에 더 속도를 내도록 독려하겠다"고 말했다.
○○○법, ○○○법…. 한국은 여전히 누군가 죽어야 개선책이 나오는 사회다.
▶윤 센터장은 의사 출신 행정가다.
2002년 중앙응급의료센터 창립 멤버였고 2012년부터 센터장을 맡아 왔다.
17년간 중앙응급의료센터에 근무하면서
응급 의료기관 평가, 닥터 헬기, 권역외상센터 등을 도입하는 데 앞장섰다.
우리 응급 의료 난맥상의 핵심은 사령부가 없다는 점이다. 그러니 중구난방이다.
빈틈을 개인이 몸으로 메워왔다.
응급 의료는 국방이나 소방과 비슷하다.
총괄 사령부 없이 든든한 응급 의료가 있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