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9.01.25 03:03
홀로 선 여성에게 희망을 주는 다비다자매회 25주년 김혜란 목사
"처음 다비다 모임에 왔을 때 김혜란 목사님이 '꿈이 뭐냐?'고 물었어요.
이혼 후 생활 걱정 때문에 꿈은 감히 생각도 어려울 때였죠.
그런데 저도 모르게 '책을 쓰고 싶어요'라는 답이 나왔어요."
23일 오전 서울 성북구 '다비다자매회' 쉼터에서 만난 김영경(50)씨는
23일 오전 서울 성북구 '다비다자매회' 쉼터에서 만난 김영경(50)씨는
저서 '작은 나귀'를 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자전적 이야기를 모아 펴낸 이 책은 다비다자매회가 출판했다.
싱글맘들의 마음의 고향인 다비다자매회(이하 다비다)가 창립 25주년을 맞았다.
싱글맘들의 마음의 고향인 다비다자매회(이하 다비다)가 창립 25주년을 맞았다.
다비다는 26일 오후 2시 서울 이수성결교회에서 감사예배를 드린다.
다비다 25년은 동병상련(同病相憐)과 자조(自助)의 세월이다.
첫 단추는 대표인 김혜란(69) 목사의 개인적 시련으로부터 시작됐다.
김 목사는 전업주부였다. 변화는 예고가 없었다.
한국은행 과장으로 미국 유학까지 다녀온 남편(고 김환영 집사)이 폐암으로 불과 석 달 투병 끝에
1989년 세상을 떠났다.
딸, 아들을 둔 39세 김 목사는 한국은행의 배려로 취업해
헌 지폐를 헤아리는 것부터 시작해 생계를 떠맡게 됐다.
그 고통과 상처의 순간, '다비다'가 떠올랐다.
다비다는 신약성경 사도행전에 짧게 등장하는 '여제자'.
바느질이 능했던 다비다는
항구도시 욥바에서 풍랑으로 남편을 잃은 여인들에게 속옷·겉옷을 선물한 사람이다.
다비다 자신도 요즘으로 치면 싱글맘이었다.
김 목사는 "어려서부터 교회 출석했고 이화여대 기독교학과에서 공부하면서 성경을 무수히 읽었지만
제가 그 처지가 되기 전에 다비다를 주목한 적은 없었다"며
"하찮은 달란트라도 남을 위해 써보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당시만 해도 싱글맘이 자신을 드러내고 세상에 나오기 쉽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싱글맘이 자신을 드러내고 세상에 나오기 쉽지 않았다.
김 목사는 교회 주보(週報)의 부고란을 샅샅이 뒤져 남편 잃은 사람을 먼저 찾아갔다.
1994년 1월 첫 정식 모임을 가졌다.
매월 넷째 토요일에 정기 모임을 갖고 틈틈이 성경공부와 문화교실(취미활동)을 열었으며,
봄·가을로 소풍도 떠났다.
그사이 김 목사는 신학 공부를 하고 목사 안수까지 받았다.
다비다 활동에 전념하기 위해서다.
김 목사는 "제가 싱글맘이 된 후 가장 컸던 게 자존감 부족이었다"고 했다.
김 목사는 "제가 싱글맘이 된 후 가장 컸던 게 자존감 부족이었다"고 했다.
그는 저서 '외발수레'(2010)에서 "하루아침에 모든 사람의 연민의 대상이 되었다.(…)
위로하기 위해 찾아오신 그분들 앞에서는 눈물이나 신음조차 내기 싫었다.
나 자신이 너무 비참하고 그들 앞에서 창피하기까지 했다"고 적었다.
다른 싱글맘들도 비슷했다.
어떤 이는 "저는 말을 못한다"고 했다. 그래도 참석을 권했더니 막상 모임에선 그렇게 말이 많았다고 했다.
말을 가뒀던 마음의 둑이 터진 것.
자녀 교육 문제 등 공통 관심사를 터놓고 이야기하다 보니 친자매보다 더 친해졌다.
현재 회원은 20~70대 150명 정도. 창립 당시 40~50대였던 회원이 이제 70대가 된 경우도 있다.
김 목사는 "사별한 사람은 상실감, 이혼한 사람은 상처가 가장 큰 어려움"이라며
"무엇으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혼자 된 여성들에겐 같은 입장에서 공감만 해줘도 치유가 된다"고 했다.
'꿈'을 물어보는 것도 같은 이유다.
"사실 싱글이 되면 꿈은 사치로 여길 정도로 힘듭니다.
그렇지만 '꿈'을 이야기하면 그때부터 꿈을 꾸게 되고 희망과 용기를 갖게 되죠.
그래서 일부러 물어보고 '버킷리스트' '미리 쓰는 유언장'도 만들어 보라고 권합니다."
앞으로 계획을 묻자 김 목사는 "특별한 건 없다"고 했다.
앞으로 계획을 묻자 김 목사는 "특별한 건 없다"고 했다.
"저희는 3S가 모토예요. 단순하고(simple) 작게(small), 천천히(slow)죠.
외부 예산 지원도 받지 않아요. 조직과 예산이 커지면 회원 관계가 힘들어져요.
그리고 지나고 보니 작은 데 관심을 갖는 분들이 좋은 분들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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