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9.01.15 03:01
영화 리뷰 : 쿠르스크
이보다 정직한 재난 영화가 있을까.
16일 개봉하는 '쿠르스크'(감독 토마스 빈터베르그)는
선원 118명이 죽은 잠수함 침몰 사고를 담담하고 묵직하게 그려낸다.
대형 참사를 오락으로 소비하지 않고, 희생자들이 겪는 고통을 낱낱이 묘사해 자극을 주는
'재난 포르노'가 아니다.
과장과 카타르시스를 배제한 치밀한 연출로 관객을 숙연케 한다.

2000년 8월 러시아 핵잠수함 쿠르스크가 출항 이틀째 내부 폭발로 가라앉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선원 118명 중 23명이 살아남아 구조를 기다리지만,
정부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골든타임을 놓쳐 전원이 사망한 참사였다.
영화는 데자뷔를 일으킨다.
영화는 데자뷔를 일으킨다.
구형 어뢰 탑재, 주먹구구식 운영, 정부의 무능…. 사태 수습에 급급한 당국은
피해자 가족들을 앉혀 놓고 진실을 숨긴다.
기술력 부족으로 제대로 된 구조 활동이 이뤄지지 않지만,
정부 관계자들은 "구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일관한다.
러시아 북방함대의 자존심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국제사회의 지원 요청을 거부하고,
가족들에게 "쿠르스크는 손상 없이 해저에 있다"는 거짓말을 늘어놓는다.
카메라는 아이의 시선으로 이 광경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카메라는 아이의 시선으로 이 광경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어른들의 세계를 가만히 응시하는 아이의 서늘한 눈빛이 묘한 죄책감을 준다.
"그들(해군)도 본분을 다할 테니, 우리 일은 기다리는 거야"라는 영화 속 대사는 얼마나 허무맹랑한가.
감독은 촘촘한 연출로 국가 공동체에 대한 묵직한 비판을 던진다.
덴마크 출신 감독 토마스 빈터베르그는 '셀레브레이션'(1998)으로 칸 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으며
덴마크 출신 감독 토마스 빈터베르그는 '셀레브레이션'(1998)으로 칸 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으며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자신이 가르친 유치원생을 성추행했다는 소문에 마녀사냥을 당한 한 남성의 이야기를 다룬 '더 헌트'(2012), 이상적인 공동체가 과연 존재할 수 있는지 질문하는 '사랑의 시대'(2016).
모두 공동체를 화두로 삼은 영화들이다.
아쉽게도 '쿠르스크'는 전작들만큼 반짝이지는 않는다.
레아 세이두, 마티아스 쇼에나에츠,
콜린 퍼스〈사진>등 화려한 출연진에도 배우의 존재감을 느끼기 어렵다. 배우 개인의 매력이 드러나지 않는 영화라서다.
정직한 재난 영화를 만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감독 자신도 재난의 무게감에 압도당한 듯하다.
정직한 재난 영화를 만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감독 자신도 재난의 무게감에 압도당한 듯하다.
미장센이나 서사적 긴장과 해소를 의도적으로 차단하니 재미는 떨어질 수밖에.
짓눌린 듯 답답한 '애도의 시간'을 견뎌야 하는 셈이 됐다.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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