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9.01.08 03:09
루스 베네딕트 '국화와 칼'
2차 세계대전 중 미국은 일본과 일본 병사들의 납득 불가능한 행동 때문에 작전 차질이 막심하자
저명 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에게 일본 국체(國體)와 국민성 형성 배경을 연구해 달라고 한다.
그래서 저술한 '국화(菊花)와 칼'을 보면
그래서 저술한 '국화(菊花)와 칼'을 보면
도쿠가와 막부 시절 일본의 농민들은 영주(다이묘·大名)의 가혹한 세금과 부역을 견뎠지만
세금이나 부역이 추가 부과될 때에는 그것을 취소해 달라는 청원서를 공동으로 작성해서 영주에게 올렸다.
그 청원이 무시되면 농민 대표가 막부를 찾아서 쇼군에게 탄원서를 냈다.
그러면 쇼군은 반드시 그 실태를 조사해서 판정을 내려 보냈는데
반 정도는 농민에게 유리한 판정이었다고 한다.
그래도 그 탄원을 제출한 농민은 신분 질서를 어지럽힌 죄로 사형을 받았는데,
마을 사람들이 그 형장에 가서 애도하고 사후에 사당을 세워서 의인으로 기렸지만
형장에서 폭동을 일으키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 대목을 읽으며, 일본인의 침착함은 그런 안전장치가 있어서,
이 대목을 읽으며, 일본인의 침착함은 그런 안전장치가 있어서,
즉 가혹한 삶이었지만 권력자의 압제와 수탈에 저항할 길이 한 줄기 열려 있었고
한 사람이 용기를 발휘하면 공동체가 구원을 받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했다.
그들이 독하게 보이는 것도
비상시에는 가족과 마을을 위해서 내가 죽음의 청원을 감행해야 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조선의 개국 공신 정도전이 설계한 '신권(臣權) 국가'는
조선의 개국 공신 정도전이 설계한 '신권(臣權) 국가'는
지혜와 덕을 갖춘 신하들이 왕의 통치를 보좌하고 왕 한 사람의 전횡을 막는 국가였다.
신권 국가에서는 중신과 언관들이 민초들의 애로를 대변해야 하는데 자신들의 이익만 챙기기 일쑤였고
민초들이 임금에게 직접 호소할 통로는 거의 없었다.
그래서 민초들은 관리들의 횡포와 수탈을 견디다 못해 도적 떼가 되거나 민란을 일으켰다.
내부 고발자란 가마솥의 증기 배출구 같은 것 아니겠는가?
내부 고발자란 가마솥의 증기 배출구 같은 것 아니겠는가?
그 작은 배출구가 없으면 아무리 튼튼한 무쇠솥도 결국 폭발하고 만다.
요즘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과 김태우 전 청와대 특감반 수사관이 겪는 말 못 할 시련과 박해를 보면서,
이토록 악랄한 음해와 모함으로 내부 고발을 차단하려는 이 정권은 마침내 폭발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신 사무관과 김 수사관이 받는 핍박은 이 정부에 국민이 어떤 존재인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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