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 저녁 7시. 필자는 퇴근 후 앞치마를 두르고 과자 만드는 법을 배운다.
동네 사회복지관에 마련된 제과 수업 시간이다.
수강생들은 오븐을 예열하고 설탕과 소금을 앙증맞은 그릇에 담아 무게를 잰다.
필자같이 오십을 넘긴 중년 아저씨부터 주부와 자영업자, 고등학생까지 20명
모두 활기 넘치고 눈망울마다 진지함이 묻어난다.
조별 실습 시간에는
밀가루 반죽부터 과자 맛을 결정하는 계란 분리법, 크림 거품 생성법, 짤주머니 이용법 등을 직접 해본다.
세 시간 동안의 정성은 오븐 속에서 결정된다.
마음과 달리 울퉁불퉁 실망스러운 결과물이 나오기도 하지만 멋진 '작품'이 탄생하면 환호성도 지른다.
갓 구운 과자를 사진에 담고 시식과 품평을 한다.
제과 수업에 가기 전 앞치마와 행주를 챙겨주는 아내와 아이들은 필자가 만들어오는 과자를 손꼽아 기다린다.
작년 말 6개월 제과 과정을 끝내고 자격증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실기 시험을 위해 동영상과 각종 자료를 구해 공부하고 있다.
작년에는 커피 바리스타에 도전해 자격증을 땄다.
생소한 커피 용어 때문에 고생도 했지만 자격증을 따고 보니 활력과 자신감이 충만해졌다.
앞치마를 두르고 음식 재료를 다듬고 반죽을 하고 조리하는 게 이제는 전혀 이상하지 않다.
제과 학원 수강생들은 다들 치열한 삶의 도전과 열정이 돋보였다.
가족에게 엄마의 사랑을 전해주고 싶어 등록한 주부도 있고,
맞춤형 부업을 생각하며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원을 찾은 젊은 엄마들도 있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려는 자영업자들도 바쁜 시간을 쪼개 빠짐없이 수업을 들었다.
취업이 어렵고 실업률이 높다는 것을 가장 잘 실감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자격증 취득 준비 학원이다.
나이 오십을 넘기면서 30여년 직장 생활이 고단해지고 앞날에 대한 불안감도 생기기 시작했다.
커피 바리스타와 제과 학원을 다닌 것은 그동안 해온 일과는 완전히 다른 일을 하고 싶어서다.
과자 만드는 법을 배우면서 삶의 활력과 재미가 생겼다.
우리 세대는 퇴직하고도 계속 일을 해야 하는 세대다.
몇년 후 직장을 떠나면 자격증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 술 한 잔과 주말 골프는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다.
하지만 때로는 자신의 열정과 미래를 위해 기존의 생활 습관과 과감하게 결별하는 것도 필요하다.
오십 중반을 향해 가고 있는 요즘 필자의 생활은 청년과 다를 바 없다.
올해는 제빵과 한식 요리에 도전할 작정이다.
퇴직 후 아내와 함께 자그마한 빵가게나 음식점을 여는 데 보탬이 될 것이다.
이렇게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것은 필자가 진짜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배움의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일상 속에서 짬을 내고 용기 있는 도전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새로운 분야와 환경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고 자신과의 싸움 등 무수한 장애 요인들이 가로막고 있다.
그러나 일단 시작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주변에 '중년의 고시'라는 공인중개사 시험에 도전하며 새 커리어를 준비하는 친구도 있다.
망설이지 말고 과감히 도전해보라.
그것이 무엇이든 상관없다. 도전하는 삶은 그 자체로 아름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