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위직 자녀들 '인스타'에 스포츠카·명품등 호화생활 과시, 족벌정치로 권력 대대로 세습
국제 제재로 경제 파탄 상황… 국민들, 빵 살 돈 없어 장기매매도
이란에서 최근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게시물을 올린 이들은 대부분 고위직 자녀다.
'혁명의 아버지'인 초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호메이니의 손녀가
런던에서 3800달러짜리 돌체앤드가바나 핸드백을 들고 BMW 승용차를 탄 모습,
전직 혁명수비대 사령관의 아들이 2세 딸 생일에 애완용 호랑이를 동원한 호화 파티를 연 모습 등이
올라와 있다.
한 현직 대사의 아들은 그리스에서 샴페인이 가득 찬 요트, 벤츠 리무진에 루이비통 가방을 든 사진과 함께
"언제까지 부러워만 할래? 너희도 어떻게 돈 벌지 연구 좀 해"라는 글을 적어놓았다.
이란에선 1990년대부터 한국의 '금수저'와 비슷한 '아그하자데(Aghazade·귀족 후예)'란 용어가 퍼졌다.
혁명 원로인 알리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의 딸이
차도르 안에 샤넬 슈트를 입고 유럽 여행과 캐비아를 즐긴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국제 제재가 본격화된 2011년에도 '테헤란은 중동에서 포르셰가 가장 많이 팔리는 도시로,
가격표조차 없는 메뉴와 금(金) 아이스크림을 내는 호화식당이 성업 중'이란 이코노미스트 보도가 나왔다.
과거엔 특권층이 자신들의 문화를 쉬쉬했다면,
혁명전사의 3세대들은 미국 연예인들처럼 소셜미디어에 부와 매력을 과시하고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미 브루킹스연구소와 애틀랜틱카운슬은
"이란에선 정부 내 지위와 권력이 세습되는 족벌 정치(nepotism)가 만연해 있다"고 했다.
중동권 매체 미들이스트아이도
"이란 명문대 법학과를 수석 졸업한 학생이 월급 210달러 경리직에 간신히 취직할 정도로
'연줄 없이 재능과 노력은 소용없다'는 좌절감이 퍼져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엔 하산 로하니 대통령의 사위가 관련 학력·경력도 없이 석유부 장관 자문역을 거쳐
국립지질연구소 소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가, 여론 비난에 이틀 만에 사임했다.
이란 국민의 인내는 한계에 달했다.
미국의 제재로 인해 생필품·의약품 수입이 되지 않고, 리알화 폭락과 물가 급등으로
일반 국민은 일상생활조차 영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빵과 기저귀 살 돈이 없어 장기를 떼서 파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7월 이란 주(駐)덴마크 대사 아들의 호화판 결혼식 장면이 공개되고,
8월 무함마드 레자 아레프 전 부통령의 아들이 "내 성공은 '좋은 유전자' 덕분"이라고 말한 게
폭발의 도화선이 됐다.
젊은이들은 "거리에 굶는 아이들은 유전자가 나빠서냐"며 비난하고,
'#Whereisyourkids(당신 자녀들은 어디 있나)'란 슬로건 아래
고위직 인사들의 재산과 가족 현황 공개를 요구하는 온라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젊은이들이 시작한 캠페인은 폭로를 더해가며 확산 중이다.
한 전직 중앙은행장은 "이란 국민 5000여명이 미국·유럽·두바이 등에 거주 중이며,
이들의 해외 계좌 보유액은 이란 외환보유고보다 많은 2000억달러"라고 폭로했다.
국민의 분노가 극에 달하면서 이란 집권층이 40년간 활용해온
반미 구호도 잘 먹히지 않고 있다고 한다.
최근 정부가 "미국 제재에 맞서 더 열심히 일하고 단합하자"
"권력층 부패설은 미국의 온라인 심리전"이라고 하자,
국민은 "'좋은 유전자'부터 제거하라"고 요구한다고 미들이스트아이는 전했다.
지난달부터 이란 각지에선 시민들이 수백~수만 명씩 모여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으며,
지금까지 진압 과정에서 21명이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