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케로 '노년에 관하여'
올해 85세인 전상범 서울대 명예교수가 최근에 생애 40번째 저서 '주석과 함께 읽는 햄릿'을 출간했다.
전 교수는 집필에 앞서, 자신이 고령으로 체력도 쇠퇴했고 얼마간 지병도 있는 터라서,
작업 속도를 정했다고 한다.
선정한 텍스트의 한 페이지씩만 매일 작업한다는 것이었다.
올해 1월 1일부터 매일 오전, 주석서 열 권과 번역서 여섯 권을 펼쳐 놓고
그날분 페이지에서 세월과 함께 의미가 달라진 단어, 변한 문장의 구조, 셰익스피어의 특이한 어휘 구사,
신조어, 합성어, 언어유희, 역사적 또는 당대 사건에 대한 암시 등에 관한
제일 타당하고 우수한 주석(註釋)을 고르는 데 대개 2~3시간씩 걸렸고,
정확히 206일 만에 206페이지의 텍스트에 대한 주석 작업을 끝냈다고 한다.
우리도 이제 고령화 시대가 되어 노년의 권태와 우울이 국가적 문제인데,
사실 오늘날 중년 이상 세대는 대부분 '생업'에 목을 매 취미나 적성을 희생하고 살았다.
'밥값'을 대강 했으면 이제부터 늘 하고 싶었던 것을 해봐도 되지 않겠는가?
어떤 지인은 취미로 그림을 그려서 개인전도 열고, 어떤 지인은 잊힌 유행가 가사를 수집하기도 하고
내 고장이 낳은 인물을 탐구하기도 하면서 만년(晩年)의 사치를 톡톡히 누린다.
무엇이라도 내게 흥미롭고 가치 있는 일을 한 가지 절도 있게 꾸준히 하면
오늘이 소중하고 내일이 기다려지는 생을 살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러면 나라의 품격도 저절로 올라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