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에는 펠로(fellow)로 불리는 의사들이 있다.
전공의(레지던트)를 마치고 세부 분야 의술을 1~2년 더 연마하는 의사들이다.
그런데 요즘 대형병원 외과에는 전공의로 들어오는 의사가 없어 펠로가 온갖 잡일을 다 맡아서 한다.
낮에 수술과 진료를 하고 야간 당직까지 한다.
주 80시간 근무제가 적용되는 전공의와 달리 펠로는 수면 부족 때문에 늘 부스스하다.
펠로가 아니라 '펠노예'라는 푸념이 나온다.
▶'이국종 아이러니'라는 말이 있다.
이국종 아주대병원 센터장이 영웅이 될수록 젊은 의사들은 외과를 기피한다는 역설이다.
이국종 센터장은 '닥터 헬기'에 올라타 응급 환자를 살리는 활약으로 영웅이 됐다.
하지만 집에도 못 갈 정도로 격무에 시달리고 교수실에는 컵라면 빈 통이 쌓여간다.
이순신을 추앙하지만 내가 이순신이 되고 싶지 않은 게 인간 심리다.
▶대학병원 외과·산부인과·흉부외과 등 수술실에서 간호사가 의사와 함께 메스를 잡은 지 오래됐다.
이들은 전문의가 하는 수술을 거든다. 그래서 'PA(Physician Assistant·의사 보조)'라고 부른다.
외과계 전공의가 부족해 10여 년 전 시작된 현상이다.
의료법상 간호사 직무 영역을 넘는 불법 소지가 있지만 이미 그런 간호사가 전국에 3500여 명이나 된다.
전공의들은 PA가 수술 교육 기회마저 뺏는다고 불만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외과 기피가 반복됐다.
지난주 마감된 전국 병원의 내년도 레지던트 지원에서 외과는 177명 정원에 147명 지원에 그쳤다.
내년부터 외과 수련이 4년에서 3년으로 짧아져 인기가 오를 것으로 예상했으나 기대에 못 미쳤다.
산부인과·비뇨의학과·흉부외과 등도 크게 미달이다.
반면 개업하기 좋은 성형외과·피부과·안과와 고령 환자가 느는 정형외과는 정원을 넘겼다.
▶외과 기피는 의료 수가가 낮아 고생하는 것에 비해 보상이 작아 벌어지는 현상이다.
중증·응급 수술이 많아 의료분쟁에 휘말릴 우려도 크지만 보완하는 제도가 없다.
일본도 10여 년 전 비슷한 이유로 의사들의 외과 지원이 줄었다.
그러자 2009년 '일본에 외과 의사가 없다는 것을 근심하고 행동하는 모임'이라는 비영리법인이 발족했다.
시민 홍보와 의료정책 보완이 이뤄지면서 외과 인기는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중이다.
의료계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국민 건강권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에서 외과가 사라지는 것을 뒤늦게나마 걱정하고 행동하는 모임'이라도 생겨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