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811/13/2018111304160_0.jpg)
11월 11일은 무슨 날일까?
우리나라에서야 막대기같이 생긴 과자나 선물하는 날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11월 11일은 매우 중요한 날이다. 특히 올해는 1918년 11월 11일 1차 세계대전이 종전된 100주년을 기념하는 해다.
2000만명이 넘는 군인과 민간인들이 사망한 1차 세계대전.
러시아, 독일, 오토만, 오스트리아 황실들이 몰락하고, 세계 첫 공산국가를 탄생시킨 1차 세계대전.
팍스 브리태니커('대영제국 아래의 평화')는 팍스 아메리카나('미국 아래의 평화')로 대체되기 시작했고,
역사와 인종을 무시한 채 과거 오토만 영토에 세워진 중동 국가들은
여전히 끝없는 내전과 전쟁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도 질문할 수 있겠다.
100년 전 유럽인들 간의 전쟁이 오늘날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눈에 보이는 개인의 실질적 자유와 행복보다 '민족'이라는 비이성적 믿음이 더 중요해지는 순간,
우리는 다 함께 자멸의 길을 가게 된다는 사실을 1차 세계대전은 보여주고 있다.
민족주의의 핵심은 무엇이던가?
내가 우연히 태어난 특정 국가가 이 세상 그 어느 나라나 민족보다 더 우월하고 중요하다는
비논리적인 착시 현상이다.
하지만 이 세상 그 무엇보다 독일이 최고(Deutschland über Alles)이고, 미국만이 우선(America First)이고, 한민족이 가장 우월한 유전을 가졌고, 일본인들만 살아남으면 된다는 생각의 끝은
언제나 전쟁과 학살, 그리고 끝없는 가난과 무지다.
1차와 2차 세계대전 이후 모든 것을 잃고 잿더미가 된
도시에서 쓰레기통을 뒤지던 인류는 결심했었다. 다시는 민족이라는 착각을 위해 개인의 행복과 자유를 제물로 바치지 않겠다고.
인종, 종교, 민족, 국가와 상관없이 이 세상 모든 사람이 함께 잘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하지만 20세기 중반 인류의 결심은 이제 21세기에 다시 잊히고,
호모 사피엔스는 또다시 민족주의와 포퓰리즘이라는 수렁에 빠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