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세상

끝과 시작 (어수웅 부장, 조선일보)

colorprom 2018. 10. 28. 18:15

[Why] 끝과 시작


조선일보
                             
             
입력 2018.10.27 03:00

[魚友 야담]

어수웅·주말뉴스부장
어수웅·주말뉴스부장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
우리가, 세상이라는 이름의 학교에서/ 가장 바보 같은 학생일지라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낙제란 없는 법//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
두 번의 똑같은 밤도 없고,/ 두 번의 한결같은 입맞춤도 없고,/ 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
어제, 누군가 내 곁에서/ 네 이름을 큰 소리로 불렀을 때,/
내겐 마치 열린 창문으로/ 한 송이 장미꽃이 떨어져 내리는 것 같았다.(…)'

늘 첫 문장이 어렵습니다.
오늘은 폴란드 시인 비스와바 심보르스카(1923~2012)의 서랍을 엽니다. '두 번은 없다.'
1996년 한림원은 그에게 노벨문학상을 수여하면서 '모차르트의 구조와 베토벤의 웅장함'이라고 이유를 썼죠. 번역된 시인데도 투명하고 선명합니다.

다음 주 토요일부터 새로운 섹션을 시작합니다.

금요일에 나온 Friday와 토요일에 발행한 Why?를 합쳐 만드는 새로운 주말 섹션입니다.

오늘 섹션의 7면에는 지금까지 커버 스토리에 등장했던 Why?의 주인공들을 한자리에 표로 모았습니다.

기록이자 역사죠.

2007년부터 3월 31일부터 2018년 10월 27일 자까지, 11년 8개월 동안 모두 569명. 200자 원고지 1만6000장.

요즘 책으로 따지면 25권에 해당하는 분량입니다.

연습 없이 태어나서 훈련 없이 죽는 인생, 그 단 한 번뿐인 삶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말로 전할 때와 글로 옮길 때 우리의 마음과 태도는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과장과 허풍으로도 악명 높았던 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한마디 하자면, 내가 이야기할 때는 그냥 이야기예요. 하지만 글로 쓰면 그건 영원히 진심이죠."

다음 호부터 새롭게 시작합니다.

'두 번은 없다'가 실린 심보르스카의 번역 시집 제목은 '끝과 시작'. 하나의 끝과 또 하나의 시작입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0/26/201810260204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