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 선생님 별명이 '대뿌리'였다. 그걸 훈육봉 삼아 가르쳤다. 그런데 물리 법칙을 칠판에 써놓고 탁탁 치면서 무조건 외우라 했다. 왜 그런지, 어떻게 검증된 건지 답답했지만 현실이 따라주지 못했다. 수학 논리도 그냥 외웠다. 50분 동안 33문제 풀려면 원리 따윈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일단 정답부터 생산해야 했다. 스승 탓이 아니다. 그 시절 우리 교육이 그랬다. 점수는 손에 쥐었으나 납득은 못 했다.
▶일본 교수가 미국 학자와 함께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암을 이기는 면역 메커니즘을 규명한 공로다. 엊그제 수상 발표 날 그는 "다른 사람이 쓴 것을 믿지 않고 내 머리로 생각해서 납득될 때까지 연구하는 것이 내 방식"이라고 했다. 신문은 '스스로 납득될 때까지 어떤 연구도 안 믿는다'고 제목을 달았다. 수상자 일흔여섯 혼조 다스쿠(本庶佑) 교수는 실제 '내 손으로 검증하지 않은 연구는 내 것이 아니다'는 인생을 살아왔다.
![칼럼 관련 일러스트](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810/03/2018100302706_0.jpg)
▶학술지 사이언스는 외부 원고를 받으면 일단 편집회의에서 '심층 심사'로 넘길지를 거른다. 80~90%는 이 단계에서 탈락한다고 한다. 전문위원들이 문턱을 넘은 원고를 넷으로 나눈다. '그대로 실음' '조금 손봄' '중간쯤 고침' '크게 수정 요함'이다. 이걸 거쳐야 실린다. 그런데 혼조 교수는 이렇게 네이처·사이언스에 실린 연구도 "90%는 거짓말"이라고 했다. '내'가 납득 못 했고, 실제 10년 뒤 10%만 남는다고 했다.
▶20세기 초 미국에선 펠라그라병으로 해마다 1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치사율이 50%를 넘었다. 다들 세균 감염이라 믿었고, 균을 분리해냈다고 주장하는 과학자도 나왔다. 그러나 전염병 학자 골드버그는 믿지 않았다. 그는 환자의 피·분비물·배설물을 직접 제 몸에 넣었다. 괜찮았다. 골드버그는 음식을 파고들었다. 그 덕분에 과학자들은 마침내 필수 영양소 '니아신'을 발견했다. 니아신을 보강한 뒤 펠라그라병이 사라졌다.
▶덴마크 학자가 기생충이 암을 일으킨다고 하고 1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