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공부

[종교]"종교는 권력과 돈이 없을수록 존경받는다" (김한수 기자, 조선일보)

colorprom 2018. 8. 15. 17:30

[전문기자 칼럼] "종교는 권력과 돈이 없을수록 존경받는다"


조선일보
                             
             
입력 2018.08.15 03:15

낡은 옷차림에도 당당한 종교인들삶과 신앙의 一致로 존경받아
조계종 사태 등 종교계 잇단 논란일반의 눈높이에 못 미쳐 아쉬워

김한수 종교전문기자
김한수 종교전문기자

과거 취재한 사진 파일을 정리하다가 한 장을 놓고 잠깐 고개를 갸웃했다.
"약간 초점이 어긋난 사진인데 왜 지우지 않았을까" 하다가 무릎을 쳤다.
그 사진의 초점은 피사체의 얼굴이 아닌 소매깃에 맞췄기 때문이다.
그의 셔츠 소매끝은 닳아서 실오라기가 일어나 있었다.
주인공은 미국의 팀 켈러(68) 목사.

그는 '교회의 무덤'으로 불리는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서 1989년 건물 없이 리디머 장로교회를 개척해
5000명 신자가 모이는 교회로 만들었다.

그는 목회 경험을 바탕으로 저술한 '팀 켈러의 일과 영성' '팀 켈러의 내가 만든 신'
20여 종이 국내에도 번역돼 35만 권의 누적 판매량을 올린 현대의 영성가이자 교회운동가이다.

그는 지난해 은퇴할 때 교회를 3개로 나눴다.
"12년 안에 12개 작은 교회로 나누는 게 꿈"
"교회는 권력과 돈이 없고 약할수록 존경받는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줌렌즈로 클로즈업하다
우연히 그의 닳아 떨어진 소매깃을 발견하곤 거기 초점을 맞췄던 것이다.
그가 일부러 보여주기 위해 낡은 셔츠를 입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말은 훨씬 설득력 있게 들리고 믿음이 갔다.


소매 끝단이 터진 모습은 11년 전 경북 문경 봉암사 주지 함현 스님을 만났을 때에도 보았다.

눈빛 형형한 스님의 승복 안 스웨터 소매 끝에선 올이 풀려나오고 있었다.

1947년 성철 스님 등이 봉암사 결사를 통해 한국 불교를 다시 세운 현장

봉암사를 지키는 주지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앙 서적을 펴내는 수녀들을 오전에 서울 광화문에 있는 신문사에서 만나고,

같은 날 오후 인사동 부근에서 다시 만난 적이 있다.

강북구에 있는 수녀원에서 시내까지 지하철로 나온 이들은

"시내 소재 신문사들은 택시는커녕 버스나 지하철도 타지 않고 걸어 다니며 자료를 전한다"고 했다.

이 수녀원 홍보 담당 수녀들은 얼마 전까지도 담당 업무가 바뀌면 후임자에게 휴대전화를 인계하곤 했다.


기자가 대학생 때 외국인 교수였던 프랑스인 사복 수녀의 낡은 겨울 외투 앞단추 세 개가

색깔도 크기도 제각각이었던 기억도 생생하다.

김성수 대한성공회 주교는 유산으로 물려받은 고향 강화도의 땅을 기증해

발달장애인 재활시설 '우리 마을'을 만들고 '촌장(村長)'으로 산다.

그의 사무실 책상 위엔 종이를 삼각형으로 접어 만든 명패가 두세 개 있다.

모임에 참석했을 때 자기 앞에 놓였던 종이 명패다.

자리에 두고 가면 버려질 종이 명패를 가져와 책상에 올려둔 것이다.

김 주교는 수십 년 전 장인이 물려준 스웨터와 재킷을 지금도 입고 있지만 소박해서 더욱 당당하게 보인다.

최근 종교계 내부의 소음(騷音)이 울타리를 넘어오고 있다.

설정 총무원장의 거취 문제로 시작해 종단 내분으로 번진 조계종 사태,

명성교회 담임목사직 부자(父子) 승계의 적법성 논란 등이 그렇다.


이런 종교계의 문제를 볼 때면

켈러 목사의 "교회(종교기관)는 권력과 돈이 없고 약할수록 존경받는다"는 말이 떠오른다.

종교계의 논란은 항상 권력과 돈이 몰린 곳에서 벌어진다.

논란이 있는 곳엔 무수한 논리가 등장하고 말의 잔치가 벌어지지만 그럴수록 세상은 종교를 외면한다.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처음으로 '종교가 있다'는 국민의 비율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권력과 돈이 모이고 싸움까지 하는 종교를 누가 존경하겠는가.

보통 사람들이 종교인에게 결코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일상 생활에서 자신들이 설교, 법문한 내용을 실제로 실천하는 모습,

그리고 일반 사회보다 조금 높은 상식과 염치, 도덕성 정도일 것이다.


해인사에서 두문불출하는 성철 스님을 만나러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가 3000배(拜)를 올린 것은

어쩌면 '산은 산, 물은 물'이라는 알쏭달쏭한 법문을 이해해서가 아니라

그가 평생 입었던 누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8/14/2018081403650.html



김철형(o****)모바일에서 작성2018.08.1515:26:09신고
종교는 권력과 돈이 없으면 존경받는다고?
이 양반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분인것 같다.
종교는 세상의 존경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종교가 세상의 존경을 챙기려할 때, 이미 종교는 가치를 상실한 것이다!
종교가 권력과 돈을 탐해서는 안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세상의 존경을 탐하면 대부분 위선적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유영륜(yryou****)모바일에서 작성2018.08.1514:12:35신고
보석같은 글 감사합니다.
유창석(suri****)2018.08.1513:31:51신고
돈 교, 힘 교, 은처자 교를 믿는 이에게 닳은 옷 가르침이 귀에 들어가기나 하겠습니까?
고경화(bada****)2018.08.1512:14:41신고
종교는 서민 구제 등 순기능도 있긴 하지만 악행과 악영향으로 사회의 독소적 요소가 너무 많다.
김일섭(ki****)2018.08.1511:57:08신고
자칭 종교인들에게는 돈이 신이다 ~~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8/14/201808140365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