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옷차림에도 당당한 종교인들… 삶과 신앙의 一致로 존경받아
조계종 사태 등 종교계 잇단 논란… 일반의 눈높이에 못 미쳐 아쉬워
그는 목회 경험을 바탕으로 저술한 '팀 켈러의 일과 영성' '팀 켈러의 내가 만든 신' 등
소매 끝단이 터진 모습은 11년 전 경북 문경 봉암사 주지 함현 스님을 만났을 때에도 보았다.
눈빛 형형한 스님의 승복 안 스웨터 소매 끝에선 올이 풀려나오고 있었다.
1947년 성철 스님 등이 봉암사 결사를 통해 한국 불교를 다시 세운 현장
봉암사를 지키는 주지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앙 서적을 펴내는 수녀들을 오전에 서울 광화문에 있는 신문사에서 만나고,
같은 날 오후 인사동 부근에서 다시 만난 적이 있다.
강북구에 있는 수녀원에서 시내까지 지하철로 나온 이들은
"시내 소재 신문사들은 택시는커녕 버스나 지하철도 타지 않고 걸어 다니며 자료를 전한다"고 했다.
이 수녀원 홍보 담당 수녀들은 얼마 전까지도 담당 업무가 바뀌면 후임자에게 휴대전화를 인계하곤 했다.
기자가 대학생 때 외국인 교수였던 프랑스인 사복 수녀의 낡은 겨울 외투 앞단추 세 개가
색깔도 크기도 제각각이었던 기억도 생생하다.
김성수 대한성공회 주교는 유산으로 물려받은 고향 강화도의 땅을 기증해
발달장애인 재활시설 '우리 마을'을 만들고 '촌장(村長)'으로 산다.
그의 사무실 책상 위엔 종이를 삼각형으로 접어 만든 명패가 두세 개 있다.
모임에 참석했을 때 자기 앞에 놓였던 종이 명패다.
자리에 두고 가면 버려질 종이 명패를 가져와 책상에 올려둔 것이다.
김 주교는 수십 년 전 장인이 물려준 스웨터와 재킷을 지금도 입고 있지만 소박해서 더욱 당당하게 보인다.
최근 종교계 내부의 소음(騷音)이 울타리를 넘어오고 있다.
설정 총무원장의 거취 문제로 시작해 종단 내분으로 번진 조계종 사태,
명성교회 담임목사직 부자(父子) 승계의 적법성 논란 등이 그렇다.
이런 종교계의 문제를 볼 때면
켈러 목사의 "교회(종교기관)는 권력과 돈이 없고 약할수록 존경받는다"는 말이 떠오른다.
종교계의 논란은 항상 권력과 돈이 몰린 곳에서 벌어진다.
논란이 있는 곳엔 무수한 논리가 등장하고 말의 잔치가 벌어지지만 그럴수록 세상은 종교를 외면한다.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처음으로 '종교가 있다'는 국민의 비율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권력과 돈이 모이고 싸움까지 하는 종교를 누가 존경하겠는가.
보통 사람들이 종교인에게 결코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일상 생활에서 자신들이 설교, 법문한 내용을 실제로 실천하는 모습,
그리고 일반 사회보다 조금 높은 상식과 염치, 도덕성 정도일 것이다.
해인사에서 두문불출하는 성철 스님을 만나러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가 3000배(拜)를 올린 것은
어쩌면 '산은 산, 물은 물'이라는 알쏭달쏭한 법문을 이해해서가 아니라
그가 평생 입었던 누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