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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글 쓰는 법, 음악에서 배워… 죽을 땐 노래 없이 조용히 가고 싶다"

colorprom 2018. 8. 6. 14:07


"글 쓰는 법, 음악에서 배워… 죽을 땐 노래 없이 조용히 가고 싶다"


조선일보
                             
             
입력 2018.08.06 03:00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도쿄FM 방송 1일 DJ 처음 진행

"안녕하세요. 무라카미 하루키입니다.
라디오 출연은 이번이 처음이라서, 제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는 분들도 많으실 겁니다.
지금부터 55분간 제가 좋아하는 곡을 틀고, 이야기도 조금 해보겠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민음사
5일 오후 7시, 도쿄FM의 시보가 끝나자 침묵이 이어졌다.
오프닝송 대신 라디오 DJ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웃집 아저씨 같은 친근한 목소리였다.
인사가 끝나자 첫 곡이 시작됐다.
재즈 록 듀오 스틸리댄 출신 도널드 페이건의 '메디슨 타임(Madison Time)'이었다.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69)가 라디오 음악방송 1일 DJ로 데뷔했다.
하루키는 5일 저녁 7시부터 도쿄FM의 스페셜 방송을 진행했다.
방송 타이틀은 '무라카미 라디오', 부제는 '런 앤드 송(RUN&SONG)'이다.
하루키가 1979년 소설가 데뷔 후 TV·라디오 같은 대중 미디어에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방송 타이틀은 자신의 에세이집 '무라카미 라디오'에서 따왔다. 부제도 직접 붙였다.
좋아하는 달리기와 음악을 소개하겠다는 뜻.
 이날 하루키는 총 9곡의 노래를 골랐다. 선곡 테마는 '내가 달리면서 듣는 음악'.

하루키는 달릴 때 듣기 적절한 음악으로
①어렵지 않을 것, ②리듬이 중간에 바뀌지 않고 심플할 것, ③용기를 주는 음악일 것 등을 들었다.

이 조건을 충족한 곡으론
테마파크 디즈니랜드의 배경음악인 브라이언 윌슨'헤이 호·휘슬 와일 유 워크·요호
(Heigh-Ho/Whistle While You Work/Yo Ho)',
조이 로맨스가 커버한 루이 암스트롱'왓 어 원더풀 월드(What a Wonderful World)' 등이 소개됐다.
브라이언 윌슨이 속했던 비치 보이즈'서핑 유에스에이(Surfing USA)'를 언급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는 "원랜 글 쓰는 사람이 될 생각은 없었고, 음악에 관심이 많았다"며
"글을 쓸 때도 리듬이나 하모니 등을 생각한다.
그래서 글 쓰는 법은 음악에서 배웠다고 늘 이야기한다"고 했다.

달리기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하루키는 1982년부터 달리기를 시작해, 지금도 매년 마라톤에 참가한다.
그는 "작가가 된 후부터 점점 살이 쪄서 달리기 시작했다"며
"달리기는 도구도, 함께 할 상대도 필요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고 했다.
고교 때 일화도 소개했다.
"학교에서 달리기를 꽤 시켰거든요. 여자애들이 길가에 서서 응원해줬는데,
내가 달릴 때면 꼭 '무라카미군, 무리는 하지 마'라고 하는 거예요."

독자 질문에 답하는 코너도 마련됐다
'음악을 듣지 않았던 때도 있었나'라는 질문에 그는
"유럽에 살면서 '노르웨이의 숲' '댄스 댄스 댄스'를 쓸 때 음악이 없는 생활을 했다"는 의외의 답을 내놨다. 2~3년간 유럽 각국을 떠돌며 살 때라 짐을 줄여야 했기 때문이다.
30명이 질문한 '장례식에 틀고 싶은 노래'에 대해선
"죽을 땐 (노래가 없이) 조용한 편이 좋겠다"고 답했다.

마지막 곡은 헬무트 차하리아스가 커버한 도어스'라이트 마이 파이어(Light My Fire)'였다.
하루키가 에세이를 통해
'1967년 열여덟 살 때 수많은 노래를 듣고 잊었지만 이 곡만은 잊지 않았다'고 애정을 드러냈던 곡이다.
"만약 내가 야구 선수라서
(하루키가 좋아하는 야쿠르트 스왈로즈의 홈경기장) 메이지 진구구장에 서게 된다면
테마곡은 도어스의 이 노래로 정해져 있습니다. 그런데 나오란 이야기가 없네요."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8/05/201808050216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