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8.08.01 03:11
인간의 뇌는 그다지 잘 만들어진 기계가 아니다.
경험한 일들에 대한 기억을 왜곡하고,
눈·코·귀가 받아들인 정보를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착시 현상들을 만들어낸다.
특히 뇌는 설계 목표와 현재 풀어야 할 문제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문제를 갖고 있다.
이게 무슨 얘기일까?
이게 무슨 얘기일까?
호모 사피엔스의 뇌는 지난 30만~40만년 동안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원시시대 인류와 하드웨어적으로 비슷한 뇌를 가진 우리가
문명과 기술을 통해 지구의 주인이 되었다는 사실은 우선 자랑스러운 일이겠다.
하지만 반대로 사냥을 나가고 위험한 맹수를 피하도록 최적화된 뇌가
오늘날 기업을 운영하고, 정치를 하고, 글을 써야 한다는 모순 역시 생겨났다.
원시시대의 사냥을 생각해보자.
원시시대의 사냥을 생각해보자.
생존을 위해 필수였지만, 사냥은 쉽지 않다. 아니, 매우 어렵고 대부분 성공하지 못한다.
더구나 투자한 시간과 노력은 얻게 될 가치를 대부분 좌우한다.
작은 토끼는 사냥하기 쉽지만, 얻을 수 있는 고기가 많지 않다.
반대로 매머드 한 마리만 잡으면 수십 명을 배부르게 할 수는 있겠지만 그만큼 어렵고 위험하다.
인간의 뇌에 '힘들게 얻은 것은 가치 있다'는 믿음이 생긴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겠다.
우리는 여전히 사냥을 한다.
사냥의 대상이 더 이상 매머드와 토끼가 아닌 돈과 권력, 그리고 지식이라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권력과 돈 모두 달성하기 힘들다 보니 그만큼 더 가치 있어 보이고 포기하기 어렵다.
지식 역시 비슷하다. 어렵게 얻은 지식은 그만큼 더 가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존재하는 이유다.
특정 종교만을 허락하는 사회나 군사 독재 정권 아래
목숨을 걸고 읽었던 금지된 책들이 변치 않는 진실같이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힘든 것과 가치 있는 것이 논리적으로 일치할 필요는 없다.
2+2=4라는 진실을 쉽게 배울 수도 있고,
반대로 목숨을 걸고 습득한 2+2=5라는 사실이 틀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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