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8.07.31 03:11
두어 달 전 교육부는 2021학년도 수능 시험 과목에서 '기하'를 제외하겠다고 발표했다.
덜컥 지하에 계신 양주동 선생님을 "어찌 하"나 걱정이 앞섰다.
탁월한 인문학자인 선생님은 '몇 어찌' 논리의 명징성을 깨닫곤 그 벅찬 마음을 수필로 쓰셨다.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워주는 대표 학문인 기하(幾何)를 가르치지 않겠다는 발상이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워주는 대표 학문인 기하(幾何)를 가르치지 않겠다는 발상이
4차산업혁명 시대의 문턱에서 나오다니.
설상가상으로 교육부는 이제 2022학년도부터
탐구영역에서 '사회 1과목과 과학 1과목씩 선택'하도록 하겠단다.
게다가 '과학II'는 아예 출제 범위에서 제외했다.
지난 사반세기 동안 줄기차게 문·이과 장벽을 없애자고 호소해온 나는
지난 사반세기 동안 줄기차게 문·이과 장벽을 없애자고 호소해온 나는
교육부가 드디어 2018년부터 통합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나 그 후 절반만 공부하기도 버거워하는 아이들에게 문과와 이과 양쪽 공부를 다 시킬 수 없다는
일부 학부모의 엄살에 슬그머니 수학과 과학의 부담을 줄이려는 교육부의 비겁한 움직임에
나는 이미 4년 전 아래와 같이 경고한 바 있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학문의 기본은 당연히 인문학이지만
21세기를 살아가기 위해 이제 모두 과학과 기술에 관한 소양을 갖추자는 게 문·이과 통합의 핵심이다….
문·이과 통합은 본질적으로 그리고 궁극적으로 '이과로 통합'하는 것이다.
천신만고 끝에 이제 겨우 문과와 이과를 통합하려는데
이과 공부가 어려우니 이과 과목의 부담을 줄여주겠다고 한다면 차라리 통합하지 않는 게 낫다."
내 우려가 현실로 다가
왔다.
오늘 나는 참담한 마음으로 문과와 이과를 다시 분리해줄 것을 교육부에 정식 요청한다.
문과와 이과가 분리돼 있던 예전 '암흑기'에는 그나마 우리 아이들의 얼추 절반은 건질 수 있었다.
어설픈 문·이과 통합이 국가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걸 그냥 좌시할 수 없다.
수능 시험 과목을 재검토해달라는 수준이 아니라 통합 교육 실시 자체를 재검토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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