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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등단 35주년 맞은 소설가 김인숙, 신작 '단 하루의 영원한 밤' 출간

colorprom 2018. 7. 16. 18:35



"아흔 코앞에 둔 어머니고단한 세상 밖으로 탈출시켰죠"


조선일보
                             
             


입력 2018.07.16 03:00

등단 35주년 맞은 소설가 김인숙, 신작 '단 하루의 영원한 밤' 출간

소설가 김인숙(55)이 신작 소설집 '단 하루의 영원한 밤'(문학동네)을 냈다.

1983년 스무 살에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화려한 주목을 받았던 작가는 올해로 등단 35주년을 맞았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새 책에 대해 '경력 35년의 소설 장인이 도달한 원숙한 현재'라고 평했다.


작가는 웃으며 "그래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당연시했지만, 곧 진지하게

"관록이 쌓여서 점점 나아진다는 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에 등단 햇수를 세는 게 작가에겐 유리하지 않다"고

밝혔다.

김인숙은 “2010년 동인문학상 상금 덕분에 산 노트북으로 쓴 소설만 모았다”며 웃었다.
김인숙은 2010년 동인문학상 상금 덕분에 산 노트북으로 쓴 소설만 모았다며 웃었다.
/남강호 기자

2012년 이후 쓴 중단편 여덟 편을 모았다.

중편 '델마와 루이스'는 동명의 미국 영화 제목을 차용했지만,

분노한 젊은 여성들의 일탈을 그린 영화와는 달리 아흔 살을 코앞에 둔 자매의 과감한 외출을 담은 소설이다.


자매 중 미국에서 오랫동안 '루이스'로 불린 언니가 모처럼 귀국해 동생 집에 얹혀살다가

동생을 꼬드겨 가족들에겐 알리지 않은 채 바다를 구경하러 길을 떠난 뒤 벌어지는 소동을 그렸다.

두 자매의 본명은 끝내 나오지 않는다. 평생 '엄마'로 불린 자매였기 때문이다.

'엄마'로만 살아온 동생은 엉겁결에 '델마'로 불리지만, 치매를 앓는 중이었고,

마침내 바다에 닿은 뒤 어린 시절 바닷가를 찾아 가출을 감행했다가 실패한 기억을 되살려내곤 기쁨에 젖었다. 세상을 뜨기 전 마지막 여행이었다.

작가는 "델마는 돌아가신 우리 엄마를 생각하면서 쓴 인물"이라고 했다.

"서서히 작아지던 엄마가 내 소설에서라도 일상 바깥으로 나갈 수 있게 해주고 싶어,

성격이 적극적인 언니를 창조해 세상 밖으로 나가는 늙은 자매를 소설로 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델마와 루이스' 외에도 이번 소설집엔 노년의 삶이 어른거리는 경우가 많다.

작가는 "노년의 삶을 다루더라도

40대에 쓴 '델마와 루이스'가 최근에 쓴 '토기 박물관'보다 경쾌하게 읽히는 걸 보니

10년 뒤 내가 노년의 삶을 어떻게 이야기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수록작 중 '빈집'은 황순원 문학상 수상작이다.

이삿짐 운수업을 해 온 남성을 아내의 관점에서 힐난하고 비밀을 추리하다가,

반전(反轉)을 통해 '개인의 남모를 진실로 충만한 빈집'을 제시한 단편이다.


표제작인 '단 하루의 영원한 밤'은

덧없는 삶이 꿈 같은 추억을 통해 불멸의 순간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담았다.


작 가는 "인생의 성취는 집의 크기와 통장 잔고, 자식의 성공 여부가 아니라

말년의 어느 순간에 과거의 무엇이 떠오르고,

그 순간의 창피와 기쁨, 애석함의 깊이가 인생의 의미를 결정하지 않을까"라며

"이번 소설집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기억'이라고 할 수 있는데,

기억에 들어가 보면 비밀과 거짓말이 엉키게 되니, 자기 자신을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라고 물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7/16/201807160013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