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세상]

[日本]日 노인병원엔 '퇴원 전담팀'… 환자 집 고쳐주고 조리훈련까지 (조선일보)

colorprom 2018. 7. 6. 15:43



[김철중의 뉴스 저격]

노인병원엔 '퇴원 전담팀'환자 집 고쳐주고 조리훈련까지

조선일보
                             
             
입력 2018.07.06 03:14

오늘의 주제: 초고령사회 日本, 그들의 의료 시스템 가보니

도쿄 도심에서 지하철로 30분 정도 떨어진 이타바시에는

도쿄도(都)가 1972년에 세운 건강 장수 의료센터가 있다.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7%를 넘어설 시기에 고령자 건강 연구를 위해 세운 병원과 연구소다.

여기에 550병상의 노인 전문 병원이 있다.

병원 로비를 지나 '외래'에 들어서면 큼직한 번호판이 시야에 가득 들어온다.

22번은 외래 접수, 17번은 방사선 검사, 16번은 혈액·소변 검사실 표시다.

번호판 크기가 어른 키 반만 하다. 번호와 화살표만 따라 가면 누구나 진료실과 검사실을 찾아갈 수 있다.

진료 대기 순서를 알려주는 모니터에도 딱 3명만 큼지막하게 표시해놓는다.

말귀를 알아듣기 어렵고, 길눈도 어두운 노인 환자가 하루에 1000명 가까이 오는데도,

병원은 혼잡 없이 조용하다.


일본의 고령자 의료 서비스 현장을 직접 가봤다.

환자 평균 80'고령자 맞춤형' 시설

환자들이 이동하는 복도 바닥은 꺼끌꺼끌하다.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노인 환자들이 넘어지지 않게 미끄럼 방지 처리를 했다.

모든 출입문과 복도는 널찍하다. 휠체어 환자가 편하게 이동하도록 한 것이다.

접수대는 2으로 되어 있어서 서 있는 사람과 휠체어 환자 모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세면대 아래 공간을 비워놔 휠체어가 안으로 쑥 들어가게 했다.


이처럼 모두 거동 불편 노인과 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는 '베리어 프리'(barrier free·장애물이 없는) 공간이다.

병실과 화장실에는 손 닿는 곳마다 손잡이가 달려 있다. 낙상 사고를 막기 위해서다.

병실에는 유리창과 발코니를 두어 모든 입원 환자가 햇빛을 받을 수 있다.

병동 복도 양쪽 끝은 통유리로 돼 있어 햇빛이 복도를 환하게 비춘다.


노인 환자는 햇빛을 많이 받을수록 우울증이 줄고, 회복 속도가 빨라진다.

이미지 크게보기
큼지막한 안내 숫자와 화살표(사진 왼쪽), 혼자 밥 해먹을 수 있게 훈련(사진 오른쪽) -
일본 도쿄의 건강장수의료센터 외래에는 큼지막한 번호와 화살표로 각종 검사실·진료실이 표시돼 있다. 길눈이 어두운 노인 환자들도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진료 대기 순서를 알리는 모니터에도 환자 3명만 크게 띄워 놓는다.
노인·재활병원에서는 뇌졸중 등으로 신체 기능에 장애가 생긴 환자들이
퇴원 후 집에서 음식을 조리할 수 있도록 장애인 주방 보조 기구를 갖고 요리 훈련을 시킨다.
/도쿄=김철중 기자

일본의 노인·재활 병원에 가보면 남자 화장실에 똑같은 두 화장실이 나란히 있다.

문을 왼손으로 열 수 있는 곳과 오른손으로 여는 곳이 따로따로 있다.

여자 화장실도 마찬가지다. 뇌졸중으로 한쪽 손만 쓸 수 있는 편마비 환자를 위해서다.

문도 옆으로 살짝 밀면 열린다.

손잡이를 돌려서 밀고 들어가는 문은 환자들이 쓰는 공간에는 없다.

그런 문은 쥐고 돌리는 힘이 약한 노인과 휠체어 장애인이 이용하기 어려워 사회 전체에서 사라지고 있다.

건강 장수 의료센터 병원 입원 환자의 평균 나이는 약 80세다.

심장내과, 내분비내과 등 24과에 전문의가 120여 명 근무하는데, 절반이 노인 의학을 별도 전공했다.

환자의 50%는 원래 있던 만성 질환이 악화돼 응급실을 통해 입원한다.

나머지는 동네 병원에서 감당 못 하겠다며 보내는 뇌졸중·심장병 등 복합 노인성 질환 환자다.


노인·재활 병원은 1인실 비율이 일반 종합병원(10~20%)보다 높다.

면역력이 떨어져 폐렴 환자가 많기에 감염을 막으려는 것이다.

입원 3일째부터 퇴원 준비·훈련

일본 연령대별 인구 분포 변화 그래프

노인·재활 병원의 최대 관심사는 입원이 아니라 퇴원이다.

질병 완치보다는 환자를 조기에 재활시키고 회복시켜서 집에 가서 살 수 있도록 하는 게 병원의 목표다.


노인은 병원에 오래 누워 있으면 급속히 근력이 감소하고 심혈관 순환이 약해져,

자칫 여생을 병상에만 누워서 지내게 된다.

게다가 노인 환자를 돌볼 가족도 없다.

75세 이상이 1700만명에 이르고, 노인 3명 중 2명이 혼자 또는 노인 부부만 산다.

그러기에 고령 사회에서는 노인이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게 관건이다.

누워 있는 노인으로 인한 국가 전체 의료비 부담을 줄이고,

움직이는 고령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의료보험도 가정 복귀에 집중 지원한다.

조기 복귀를 위해 재활 물리치료도 토·일 포함 365일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재활 치료는 하루만 쉬어도 기능 회복 속도가 더뎌진다.

입원 3일째부터는 병원 퇴원 계획 팀이 꾸려진다.

의사·간호사·물리치료사·사회복지사 등이 한 팀이다.

이들은 환자는 물론 가족을 면담해 퇴원 후 어디서 어떻게 돌볼지를 조사한다.


퇴원 며칠 전에는 환자 집을 의료진이 방문해 질병 상태와 장애 정도에 따라 환자가 살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휠체어에 의지해 퇴원하는 상황이면 출입구 시설을 보수한다.

화장실과 바닥에 낙상 방지 설비도 설치한다.


이런 비용은 소득 수준에 따라 환자가 거의 다 부담하거나, 지자체 사회복지기금이 전액 지원하기도 한다.

노인 재활 병원에는 대개 집과 비슷한 형태의 숙박실이 있다.

식탁과 소파, 화장실, 냉장고 등이 설비돼 있다.

침대방과 일본식 주거 형태 다다미방 두 가지다.


환자가 어떤 형태의 집에서 살았는지에 따라 해당 숙박실에서 퇴원하기 전에 하루 동안 지내게 해본다.

장애가 있거나 신체 기능이 떨어진 환자가 퇴원 후 집에서 지낼 때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병원에는 건널목, 상가 계단, 공원 산책로 등과 비슷한 시설을 두고, 환자들이 이용해보게 한다.

집에서 일상생활을 꾸려 갈 수 있도록 훈련하는 것이다.

뇌졸중으로 한쪽 손을 잘 못 쓰는 환자들은 부엌에서 장애인용 조리 기구로 요리하는 연습을 한다.

모의실험 장비로 운전 연습도 할 수 있다.

병원을 나서기 전에 환자 맞춤형으로 제작된 보행 보조기, 신발, 휠체어 등을 써보고 집으로 향한다.

건강 장수 의료센터 이토오 히데키 이사장은

"모든 입원 환자에게 노인 포괄 평가를 해 정신, 생활 기능, 신체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한다"며

"고령 사회에서는 노인이 혼자 살아가는 데 어떤 것이 필요한지를 파악하고,

이를 의료가 보완해주는 '기능 중심 의료'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어차피 달고사는 老年"사는 곳에서 관리 쉽게 해주는 게 의료정책의 핵심"
건강장수의료센터 이토오 이사장

이토오 히데키 이사장

"고령사회에서는 질병과 싸우려 들지 말고 질병과 동행하는 의료 체제를 만들어야 합니다."

도쿄도립 건강장수의료센터 이토오 히데키(井藤英喜·72·사진) 이사장은

고령사회로 치닫는 한국에 대해

"의료의 목표가 질병 완치에서 질병 관리와 신체 기능 보존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노인이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고령 생활 지탱형 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토오 이사장은 내분비내과 의사로 노인 당뇨병이 전공이다.

노인의료센터장과 병원장을 거쳐, 2015년부터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일본이 초고령사회로 가는 과정에서 고령 의료와 노인 의학 연구를 총괄한 인물이다.

노인 증가는 잘 낫지 않는 만성질환자가 늘어난다는 의미다. 이토오 이사장은

"고령사회 이전에는 환자를 입원시켜서 병을 뿌리 뽑는 방식이었지만 이제는 그게 통하지 않는다"며

"가능한 병원에 드러눕는 기간을 줄여서

고령자들이 자기가 살던 곳에서 질병과 함께 살아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의료가 병원 중심에서 지역 밀착형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뜻이다.

질병에 대한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토오 이사장은

"낫지 않는 병은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이고,

불편한 증상에 대해 의학의 힘을 빌려 완화를 도모하고,

혼자서 살아갈 수 있는 거주 환경과 의료 지원을 갖추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수의학 전문가로서 활기찬 노년을 위한 조언을 부탁하자, 그는

"신체 활동량 증가, 적절한 영양 섭취, 적극적인 사회 참여·어울림,

3대 요소가 인생 후반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7/05/201807050382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