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8.06.06 03:01
[일사일언] '적당히'란 없다
파주에서 책방학교가 열린다기에 가보았다.
들을 만한 강의는 딱 한 번이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것 같지 않았다. 아마 강사들도 대부분은.
이런 책방학교는 왜 연 것일까? 이해하기 어려웠다.
작은 책방을 운영한다는 한 강사의 이야기도 그랬다.
서점을 시작하면서 판매용 책을 사둘 투자금이 500만원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걸 팔아야 판매할 새 책을 구비할 수 있는데 '팔리지 않아' 힘들었다는 것이다.
서점은 상품을 다양하게, 잘 선별해서 구비해야 하는 업종이다.
그런 기본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다들 책만 팔아서는 서점을 운영할 수 없다는 말을 후렴구처럼 되풀이했다.
책에 미친 사람이 서점을 열어 성공한 경우도 있긴 하다.
그 이야기도 나오긴 했다. 딱 한 번, 바람에 날리는 먼지처럼.
한국의 자영업 성공률은 5%도 안 된다. 그렇지만 이런 통계만으로 성공이 너무 어렵다고 할 수는 없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픽사(Pixar)를 알 것이다.
애니메이션 작품의 성공률은 30%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픽사는 100% 성공률을 자랑한다. 무슨 차이일까?
자본도 없고, 아이디어도 없고, 그 업계도 잘 알지 못할 뿐 아니라, 그 일을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그들은 왜 실패할 게 뻔해 보이는 서점을 열고 싶은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해하기 어렵지만.
시장이 비인간적인 이유는 '적당히'가 잘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슨 일을 하든 죽도록 사랑해야만 한다면 너무 힘들지 않겠는가.
그렇지만 어쩔 수 없다. 북유럽 사회처럼 규칙을 바꿀 수 없다면 어느 정도라도 적응해야 한다.
그런 척하는 연기라도 배워야 작은 성공이라도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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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6/05/201806050342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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