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10.18 03:07
2017년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일본 태생 영국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대표작
'The Remains of the day'는 한국어 출판 서적은 물론 신문·방송과 인터넷에 모두
'남아있는 나날'로 번역돼 있으나 이는 오역인 것으로 보인다.
'그날의 흔적' '그날의 잔영' '그날의 기억' '그날의 유물(遺物)' 정도로 번역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이 소설의 일본어 제목은 '日の名殘り'(그날의 잔영),
이 소설의 일본어 제목은 '日の名殘り'(그날의 잔영),
중국어 제목은 '長日留痕'(장일유흔: 긴긴날의 남겨진 흔적)이니 우리가 오역임을 알 수 있다.
하늘과 땅만큼 다른 번역이다.
번역서의 제목이 반드시 원전과 같을 필요는 없으나, 작품의 정체성을 훼손하거나 왜곡시켜서는 안 된다.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 앤서니 홉킨스와 에마 톰슨 주연의 1993년 영미 합작 영화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 앤서니 홉킨스와 에마 톰슨 주연의 1993년 영미 합작 영화
'The Remains of the day'도 이를 영화화한 것인데 역시 국내에서는 '남아있는 나날'로 오역했다.
이 영화는 2013년 12월 7일 방영된 EBS '세계의 명화'에서도 '남아있는 나날'이란 제목으로 소개됐다.
'remain'은 명사로 쓰일 때 통상 복수형을 취하며
흔적, 잔존물, 잔해, 궤적, 자취, 유물, 유적, 잔액, 유체(遺體), 유고(遺稿), 유족(遺族)의 뜻이 있다.
이 작품의 줄거리는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도 못 하고, 아버지 임종도 지키지 못한 채
주인을 위해 충성으로 평생을 바친 남자가 인생의 황혼에서 바라보는 삶의 궤적인 만큼
'남아있는 나날'은 작품의 정체성을 망가뜨리는 제목이다.
처음에 민음사가 '남아있는 나날'이란 이름으로 출간 한 탓에 영화도 같은 이름을 붙인 것으로 보인다.
'세종서적', '신아사'도 '남아있는 나날'로 번역했다.
이렇게 사전, 위키백과, 기사 등이 온통 오역 제목으로 도배질 돼 있다.
이 작품은 인터넷영화 데이터베이스나 뉴욕타임스 등을 보더라도 생애를 회상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지,
'남아있는 날에도 희망은 있다'는 식으로 미래나 여생을 이야기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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