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4.07 03:02
[魚友야담]
노장의 활약이 눈부십니다.
영화를 본 관객 숫자만큼이나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이렇게 읽을 수도 있습니다.
과거에 대한 기품 있는 해석과 미래에 대한 패기 넘치는 도전.
기품이야 스필버그 연배에 어울리는 명사겠지만, 패기는 방년에나 어울리는 굳센 기상 아닙니까.
톰 행크스와 메릴 스트리프가 각각 워싱턴 포스트 편집국장과 사주(社主)를 맡은 이 영화에서
스필버그의 숙련에 감탄했지만,
정작 나를 놀라게 한 건 '레디 플레이어 원'이었습니다. Ready Player one.
끝없이 팽창하는 가상현실 게임 '오아시스'의 퍼즐을 푼 플레이어는
5000억달러의 상금과 이 게임회사 소유권을 물려받습니다.
퍼즐의 힌트는 1980년대의 대중문화.
'거인의 어깨'를 말하기 민망해진 최근의 세상에서,
스필버그는 선배들이 쌓은 아날로그 벽돌 없이 결코 이 자리에 도달할 수 없었음을
윽박지르지 않고 설득합니다.
사막의 샘 오아시스는 어쩌면 게임 이름이 아니라 스필버그 그 자체겠더군요.
지난해 일본 고향 산골에서 인터뷰한 소설가 마루야마 겐지는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육체는 비록 늙었어도 정신의 젊음을 추구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의 특권이자 특질이라고.
봄의 정중앙을 벚꽃과 목련이 관통합니다.
당신의 젊음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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