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문의 뉴스로 책읽기] [5] 사법부의 철의 장막
입력 : 2016.07.19 03:09
독일의 희곡 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희곡 '억척어멈과 그 아이들'은
법조인에 대한 일반의 시각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행상으로 힘겹게 살아가는 억척어멈은
장사 밑천을 뇌물로 바쳐서 죄 없는 아들을 풀어내오며 이렇게 탄식한다.
"판사들이 뇌물을 먹고 죄 없는 사람을 풀어주기도 하니 얼마나 고마운 일이냐."
법조계는 사회정의와 국민 인권의 보루여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법조계는 철저히 철의 장막에 가려져서
아무도 그 참모습을 알 수 없는 비밀결사와 흡사하다.
법관으로서의 소명을 올바로 수행하는 법조인도 분명 있을 텐데,
그들은 비리 판·검사의 높은 그림자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법조계를 비밀의 요새로 만드는 철의 장막은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가 100억원대의 부당 수임료를 받고,
현직 검사장이 특정 기업에서 돈을 받아 다시 그 기업 주식을 사서
120억원대의 막대한 시세 차익을 거두는 기막힌 일을 벌이도록 유혹한다.
철의 장막 뒤에서 어떤 법조인은
'전관예우'라는 뻔뻔스러운 미명(美名)의 민주주의 파괴 행위를 수십 년 자행해 왔고
어떤 판사는 국민의 상식이나 법 감정이 도저히 수긍할 수 없는, 국민을 공분케 하는 국가적인 판결을 내린다.
어떤 자리에서, 요즘 젊은 판사들은 판결 전날 자기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서
이런 사건인데 어떻게 판결을 하면 좋으냐고 묻는다는 '개그'가 나왔다.
요즘 판·검사들이 지닌 소명의식 수준과 세상 경험의 일천함을 비꼬는 우스개인데
그 자리에 있던 그 누구도 '그럴 리가!' 하며 분개하지 않았다.
우리나라 입법·사법·행정부 3부 중에서 국민이 정말 자신을 위해 존재한다고 믿는 기관이 하나라도 있는가?
국태민안(國泰民安)을 위해 법관, 공무원, 국회의원이 되는 사람은 예외이고
어려운 시험에 붙었거나 선거에 당선됐다는 이유만으로
정의를 희롱하고 국민을 무시하고 국민의 세금을 착복하고 낭비할 권리가 있다고 확신하는 사람들이
3부에 넘쳐나는 것 같다.
우선 법조계부터 자신을 가린 베일을 벗어야 한다.
국민이 요구하면 검사의 기소장과 판사의 판결문을 공개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의 이의가 강한 판결에 대해서는
국민과 토론도 하고 동료 판검사들의 공판 평가, 의견서도 발표해서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법조계로 거듭나야 한다.
법조계는 법조인만의, 법조인만을 위한 조직이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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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7/18/201607180304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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