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1.24 03:03 | 수정 : 2017.01.24 09:58
멜빈 우로프스키 편저 '미국 민주주의의 기본 문서'
'나의 동료 시민이여, 그대들은 각자의 어깨에, 미국을 위해 선한 투쟁을 할 뿐 아니라
전 인류를 위해 미국이 훌륭한 역할을 하는 것을 확인할 부채를 지고 있습니다.'
대표적 '미국 우선주의자'였지만
퇴임 후 전국 순회 연설에서 미국의 인류사적 사명을 강조한 미국 26대 대통령(1901 ~1909)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연설문 '새로운 민족주의(The New Nationalism)'의 서두다.
세계 모든 나라는 기원이 자연 발생적이지만
세계 모든 나라는 기원이 자연 발생적이지만
미국만은 자유와 인권이라는 열렬한 이상,
그리고 그 이상을 웅변으로 표현한 수많은 연설의 힘으로 탄생했다.
우로프스키가 엮은 '미국 민주주의의 기본 문서(Basic Readings in US Democracy)'는
미국의 이상과 사명을 천명한 역대 미국 지도자들의 감동적 연설문을 수록했다.
지난 10일 시카고에서 한 오바마 전 대통령의 고별 연설 역시 이 전통에 충실했다.
지난 10일 시카고에서 한 오바마 전 대통령의 고별 연설 역시 이 전통에 충실했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특별한 이상과 목표를 실현하고자
오바마 자신과 그의 행정부가 기울인 노력과 성과를 자랑하며
그 미국 전통 계승에 장애가 될 수 있는 요소에 대해 경고했다.
"우리가 지지하는 가치를 포기하고
이 나라를 그저 작은 나라를 겁주는 또 하나의 큰 나라로 만들지 않는 한
아무도 미국을 패배시킬 수 없습니다."
이는 명백히 트럼프와 그 지지자들을 향한 경고이다.
그러나 그 자체로서 위대한 신념의 표명이기도 하다.
트럼프가 취임 연설을 직접 썼다고 해서, 막중한 책임감 앞에서 겸허해진 모습을 볼 수 있으려나 했지만
두 달 전의 당선 수락 연설보다 훨씬 못했다.
연방정부가 미국인의 권리를 빼앗고 미국민을 가난하게 만들었다는 식의 서두는
하객으로 참석한 전직 대통령 4명에게 심한 모욕이었고,
남의 나라를 방어하는 데 써 온 막대한 재정을 미국 재건에 쓰겠다는 약속 역시
전 세계에 방영될 연설로는 부적절했다.
그리고 트럼프가 미국민을 위해 창조하겠다는 수많은 일자리는 주로 제조업의 생산직 같아서
4차 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무더기로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트럼프의 연설 내용과 두 달 사이에 더욱 강고해진 그의 표정이
트럼프의 연설 내용과 두 달 사이에 더욱 강고해진 그의 표정이
트럼프 시대가 세계의 수난기일 뿐 아니라 미국의 시련기일 것을 예고하는 듯하다.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