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4.11 03:09
이로카와 다이키치 '메이지의 문화'
일본 각의에서, 19세기 말에 메이지 천황이 내린 '교육칙어'를
학교에서 교재로 사용할 수 있다고 결의했다고 한다.
옛 일본식 검도도 학교에서 가르칠 수 있게 할 모양이다.
일본이 메이지 유신 이후 불과 몇십년 사이에 어떻게 천황을 절대적 신으로 받들게 되었는지 늘 궁금했다.
천황이 신의 자손이라는 신화가 존재하는 줄은 알았지만
막부 시대에 천황은 허수아비에 불과했고
때로는 붓글씨를 팔아서 생계를 꾸릴 정도로 처량한 때도 있었다지 않는가.
주군(봉건영주)의 말고삐를 잡고 죽는 것이 무사에게 최고의 영광이라는 '무사도'가
충성의 대상을 천황으로 바꿨겠지만
서양의 민주주의, 개인주의 사상이 밀려들어 오는 속에서 저항도 만만치 않았을 텐데….
그런데 민중사학자 이로카와 다이키치의 책에서 그 답을 발견했다.
메이지 유신과 더불어 서양 문물, 사상이 유입되면서 전통 공동체가 무너지니까
천황을 '국체'의 중심 축으로 삼아 민족 단합을 이룩하기로 했던 것이다.
이를 위한 거국적, 조직적인 노력의 중심에 학교 설립과 교과서 집필, 보급이 있었다고 한다.
이로카와는 "민권운동을 탄압한 후 정부는 학교령을 개정하여 '교육칙어'를 반포하고
반체제 교육을 단속하는 동시에 교과서를 비롯한 교과과정 전반에 대한 본격적인 체계화에 착수(…)
메이지 36년(1903) 일거에 소학교 교과서의 국정화·획일화를 강행"했다고 말한다.
특이하게, 국사나 수신(修身) 교과서보다
천황에 대한 절대적 충성의 감동적 이야기들이 실린 국어독본을 통해
일본 민족의 정신적 집결을 이룩했다고 한다.
시와 군가, 그리고 '수병의 어머니' 같은 문학 작품을 통해 충성심이 살과 뼈에 스미게 했던 것이다.
차세대를 애국심으로 무장시키는 일본과 반대로
차세대를 애국심으로 무장시키는 일본과 반대로
우리는 차세대 국민에게 나라에 대한 불신과 증오심을 고취하는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고교 검·인정 교과서는 대한민국을 건국부터 잘못된 나라, 불의가 승리하는 나라로 폄훼한다.
일부 교사는 '기억과 진실을 향한 4·16 교과서'라는 걸 만들고
온갖 황당하고 악의적인 거짓 자료를 동원해
우리나라를 학생 수백명을 고의로 수장하는 악랄한 나라로 인식시키고 있다.
한·일 두 나라가 힘을 겨루게 될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두렵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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