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1.22 03:14
주자학은 한국 보수의 뿌리이고 미륵불은 한국 진보의 연원(淵源)이라고 생각한다.
주자학은 삼강오륜이다. 분(分)의 질서를 추구했다. 사회 안정에는 위계질서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미륵불은 용화세계(龍華世界)를 추구했다. 양반 상놈이 없는, 신분 차별이 없는 평등사회이다.
한국에서 주자학이 가장 먼저 뿌리를 내린 곳은 양백지간(兩白之間)이다. 태백산과 소백산 사이를 가리킨다. 전쟁 났을 때 어디가 안전한 곳인가를 찾아 헤맸던 술사들은
한국에서 주자학이 가장 먼저 뿌리를 내린 곳은 양백지간(兩白之間)이다. 태백산과 소백산 사이를 가리킨다. 전쟁 났을 때 어디가 안전한 곳인가를 찾아 헤맸던 술사들은
'양백지간'이 가장 안전하게 생명을 보전하며 자급자족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라고 여겼다.
십승지(十勝地)가 좁은 개념이라면 양백지간은 넓은 개념이다.
양백지간의 안전성은 고려말 왜구들이 서남해안 지역을 공격할 때 빛을 발하지 않았나 싶다.
동쪽으로는 태백산맥이 막아주고 서남쪽의 해안가에서 접근할 때는 가장 후미진 지역이다.
만약 서해안의 진도쯤에 상륙한 왜구가 육로로 양백지간 구역인 안동, 봉화 쪽으로 접근하려면
보름 이상 병장기를 휴대하고 고개와 냇물을 넘어야 했을 것이다.
왜구로부터 가장 안전한 지역이었던 안동 봉화 일대에는 학자들이 살았고,
주자학이 가장 먼저 뿌리를 내렸다. 안동 도산의 퇴계 선생이 이를 상징한다.
미륵불의 본거지는 변산반도이다.
미륵불의 본거지는 변산반도이다.
바다와 강물로 둘러싸여 있어 접근이 어려운 데다가,
장광(長廣) 80리 면적의 반도에는 수백 개의 낮은 산봉우리들이 미로처럼 펼쳐져 있다.
양(羊)의 창자같이 복잡한 지형이 변산반도였다.
여기에는 노비 도적들이 도망가서 살았다. 관군과 추노꾼이 쉽게 들어갈 수가 없는 지역이었다.
노비 도적들은 미륵불이 세상에 오기를 고대하였다.
미륵불이 출세하면 노비 신분을 해방시켜 준다고 믿었다.
그 미륵불이 고창 선운사 마애불이다.
선운사 미륵불 배꼽에 감춰진 비결(祕訣)을 꺼내면 한양이 망한다고 여겼다.
동학의 폭발이 선운사 미륵불 앞에서였다.
동학의 '원료'는 경상도 최수운이 만들었지만 '폭발'은 전라도에서 이루어졌다.
동학·증산·원불교가 변산반도 미륵사상에 파이프를 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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