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12.26 03:03 | 수정 : 2017.12.26 07:33
['마음의 감기' 우울증] [上]
우울증, 누구나 한번은 겪을 수도… 치료시기 놓치면 극단선택 위험
주저 말고 상담·치료 받으세요
경증은 상담만 받아도 효과, 중증도 약물치료 받으면 호전
패션업계 종사자 이대성(가명·32)씨는 지난달 서울의 한 대학병원을 찾았다가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우울감' 경험 성인 여덟 중 하나
이씨처럼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울증을 '감기만큼 흔한 병'이라고 말한다.
'우울감 경험'으로 따지면 이 숫자는 더 늘어난다.
질병관리본부가 19세 이상 성인 1만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2015년 조사)에서
"최근 1년 동안 연속적으로 2주 이상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을 느낀 적 있다"는 항목에
성인 여덟 중 한 명꼴(13%)로 "그렇다"고 답했다.
우리나라 성인(4120만명) 중 535만여 명이 우울감을 경험한 '우울증 고(高)위험군'이란 얘기다.
우울·불안·강박 장애 등 각종 정신 질환으로 넓히면
성인 넷 중 하나(25.4%·1046만명)는 일생에 한 번은 앓고 지나간다는 분석도 있다.
우울증이 생기는 원인은 다양하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이별, 외로움, 실직, 이성 문제, 직장 내 갈등과 스트레스 등 환경적 요인과
▲암·내분비계 질환, 뇌졸중 등 신체적 질환이나 약물 부작용
▲뇌의 신경 전달 물질(세로토닌) 저하 등이 꼽힌다.
◇치료, 차일피일 미루지 마세요
이처럼 우울증은 누구나 걸릴 수 있지만
환자들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고 적절한 치료를 차일피일 미뤄 증세를 키우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백종우 경희의료원 교수는 "우울증에 걸리면 제대로 능력 발휘가 안 돼 무기력해질 수 있고,
이로 인해 더 심한 우울 증세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경증 우울증은 상담만 받아도 효과가 있고,
중증도 환자도 약물 치료와 적절한 처방으로 상태가 크게 호전될 수 있는데
"방치하다가 큰 병 키운다"는 것이다.
정신 질환 실태 역학조사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정신 질환자들이 병·의원에서 치료나 심리 상담을 받는 경우는 전체의 22.2%로
캐나다(46.5%), 미국(43.1%), 벨기에(39.5%) 등보다 한참 떨어진다.
정신적 문제가 있으면 전문적 치료를 받는 게 정상인데, 치료받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에는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 '정신병자'라는 식으로 치부하는 현상이 있다"면서
"이런 '낙인찍기' 현상 때문에 정신 질환 진료율이 외국에 비해 유독 낮은 것"이라고 말했다.
우울증을 방치하면 '자살'이란 극단적 선택에 이를 가능성도 커진다.
국회 보건복지위 인재근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정신적 문제로 인한 자살 사건은 2012년 3860명에서 2016년 4713명으로 4년 새 22% 증가했다.
복지부·중앙심리부검센터의 '2015 심리부검 결과'에서도
자살 사례 121건 가운데 정신 질환 비율이 88.4%(107명)에 이르고,
순수하게 우울증이 원인인 것만 32.2%(39명)로 집계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내년부터는 '마음건강버스' 등을 공시생이 많은 고시촌이나 재난 발생 장소 등에 보내
심리 상담 기회를 늘리는 등 다양한 정신 질환을 겪는 이들이 관련 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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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의 감기' 우울증, 숨겨진 환자 60만명
- '마음의 감기' 우울증, 숨겨진 환자 60만명 김성모 기자
- 힘든 당신 도와줍니다 김성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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