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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단체 초상화로 돈방석 앉은 렘브란트 (우정아 교수, 조선일보)

colorprom 2017. 11. 28. 16:28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199] 단체 초상화로 돈방석 앉은 렘브란트

  •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입력 : 2017.11.28 03:10

화가 렘브란트(Rembrandt van Rijn·1606~1669)를 일찍이 20대 나이에 돈방석에 앉힌 건 단체 초상화였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는 각종 시민 단체의 활약이 두드러졌고,
그들은 으레 모임을 기념하고자 초상화를 주문했다.

렘브란트는 흔한 졸업 사진처럼 사람들을 한 줄로 세워두는 당시의 천편일률적 화풍을 벗어나,
각 인물 개성을 살리면서도 통일감을 유지하는 파격적 구도에 극적 긴장감을 불어넣어 큰 인기를 얻었다.
그 대표작이 '튈프 박사의 해부학 강의'다.

렘브란트, '튈프 박사의 해부학 강의', 1632년, 캔버스에 유채, 216.5x169.5㎝, 헤이그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 소장.
렘브란트, '튈프 박사의 해부학 강의', 1632, 캔버스에 유채, 216.5x169.5,
헤이그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 소장.
튈프 박사암스테르담의 시장을 지낼 정도로 존경받았던 유능한 외과 의사였다.
그가 처음 발견한 큰창자와 작은창자 사이의 돌막창자판막은 아직도 흔히 튈프 판막이라고 한다.

그림에서 튈프 박사는 외과 의사들의 길드에서 연례행사로 마련한 해부학을 강의 중이다.
당시 인체 해부는 1년에 한 차례 교수형을 당한 범죄자의 시신만 허용하는 것으로,
대형 극장에서 많은 유료 관객을 앞에 두고 벌어지는 대대적 공개 행사였다.

화면을 가로질러 놓인 창백한 시신이 어두운 화면을 비춘다.
발치에 놓인 두꺼운 교재에서 몸을 따라 시선을 옮기면 성장(盛裝)한 수강생들이 보인다.
하나하나에 조명을 비춘 듯 뚜렷이 드러난 그들의 진지한 얼굴을 살피고 나면,
팔근육 움직임을 시연하는 튈프 박사의 섬세한 왼손이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해부 장면치고는 주위가 말끔하다.
실제로 살을 찢고 피를 튀기는 건 튈프 박사급이 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늘날 사람을 살리는 의학의 발전 뒤에는
역사에 길이 남은 튈프 박사와 그에 앞서 궂은일을 맡았던 무명 의사들이 쌓은 공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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