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11.02 03:09
착한 세상
착한 오리 착한 빵 착한 낙지
착한 양파 착한 설탕 착한 꽃배달
착한 말 착한 아들 착한 영어 착한 과외
착한 기름 착한 강아지 착한 커피 더 착한 음료
정말요?
―유은경(1969~ )
시가 착한 것으로 꽉 차 있다. 14 가지나!
정말 착한 세상이네. 이러면 살맛 나겠다, 신나겠다.
그런데 '정말요?' 물음에 맞닥뜨리니 어리둥절해진다. 자신 없다.
아, 그러고 보니 거짓 착한 것들을 비꼬려고 내다 걸었구나. 세상이 착한 것만은 아니구나.
거리에 '착한' 것을 판다는 가게는 많은데, 정말 착한 건 아니라는 거다.
착하지 않은 가게가 이름만 착하다고 포장해 물건을 판다는 이야기이다.
가짜 착한 것들이 빨래처럼 펄럭인다.
요즘은 진짜를 찾는 게 바보라는 말도 떠돈다.
그러면 안 돼, 그러지 말고 '착한 세상' 만들자, 이런 뜻이 시 속에서 얼굴을 내민다.
'착한 세상' 말만 들어도 몸이 훈훈해 온다.
시인은 어린이들이 정말로 착한 세상에서 살기를 꿈꾼다.
한 해가 슬슬 저물어가는 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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