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11.06 03:10
줄포만
아버지는 붉은어깨도요 1664마리, 민물도요 720마리, 알락꼬리마도요 315마리에게 각각 날개를 달아주고
아버지는 붉은어깨도요 1664마리, 민물도요 720마리, 알락꼬리마도요 315마리에게 각각 날개를 달아주고
눈알을 닦아주었다
그들의 부리를 매섭게 갈아 허공에 띄워 올리는 일이 남았다
가을 끄트머리쯤에 포구가 폐쇄된다고 한다
아버지의 눅눅한 사타구니로 자글자글 습기가 번질 것 같다
가을 끄트머리쯤에 포구가 폐쇄된다고 한다
아버지의 눅눅한 사타구니로 자글자글 습기가 번질 것 같다
어머니가 먼저 녹슬고 서글퍼져서 석유곤로에 냄비를 얹겠지
나는 가무락조개 빈 껍질처럼 하얗고 얇구나
나는 가무락조개 빈 껍질처럼 하얗고 얇구나
수평선을 찢을 배 한 척 어디 없나
―안도현(1961~ )('시사사', 2017년 9·10월호)
가을이면 '줄풀'의 일종인 은빛 갈대밭이 장관을 이루는 줄포(茁浦)에 가고 싶다.
―안도현(1961~ )('시사사', 2017년 9·10월호)
가을이면 '줄풀'의 일종인 은빛 갈대밭이 장관을 이루는 줄포(茁浦)에 가고 싶다.
붉은어깨도요 민물도요 알락꼬리마도요 철새들이 화르르 떠나가고
흰물떼새 괭이갈매기 흰뺨검둥오리 텃새들이 텃세를 부리는,
뭐니 뭐니 해도 일몰이 끝내주는 변산반도 끝에 서고 싶다.
'사내 열두 살이면/
피는 꽃이나 맑은 햇살이나 좋은 여자의 얼굴이/ 눈에 그냥 비치는 게 아니라/
그 가슴에까지 울리어 오기 비롯는 나이' (서정주,
'줄포2')를 헤아려보거나
'되잖은 시 몇 편으로 얼굴을 가리고/ 몰래 만나는 여자도 없이 살았다고/
지는 해를 바라보고 섰'(이상국, '줄포에서')고 싶다.
포구는 폐쇄되고 배들마저 사라져 습습한 습기가 자글자글 번지는 그 줄포 바닷가
'석유곤로'에서 끓고 있는 말갛고 칼칼한 뜨거운 가무락조개탕 국물을 떠먹고 싶다.
가을 끄트머리쯤에는 서쪽이 제격이다.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