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세상

[패션]이것도 청바지라고 해 주세요 (김자연, 조선일보)

colorprom 2017. 11. 3. 14:50

[김자연의 패션&라이프] [17] 이것도 청바지라고 해 주세요

  • 김자연 패션 칼럼니스트


입력 : 2017.11.03 03:12

지난달 일본에서 열린 아마존 패션위크에서 도발적인 패션이 등장했다.
신인 디자이너 '티보(Thibaut)'의 일명 '찢청(찢어진 청바지·디스트로이드 진·사진)'이 그것이다.

티보가 선보인 이 청바지는 찢어진 정도가 과감함을 넘어 바지의 형태를 해체한 것과 같은 디자인을 보여주었다. 허리 부분과 양쪽 재봉선 부분만 남기고 모두 찢어 버려 'T팬티'처럼 보였다.
그야말로 입은 것인지 벗은 것인지 모르는 청바지의 등장이었다.

찢어진 청바지
/연합뉴스
찢어진 청바지는 1970년대 미국 히피 문화의 영향을 받아 탄생했다.
그동안의 과속 성장을 반성하고 삶의 다양성을 포용하자는 의미에서 청바지를 찢었다고 알려졌다.
그렇게 탄생한 디스트로이드 진은 시대를 지나면서 다양한 형태의 디자인으로 세분화되면서
대중의 사랑을 받아왔다.

사실 '찢는' 패션의 역사는 깊어 중세 유럽에서 이미 모습을 드러냈다.
11세기부터 13세기까지 서유럽 가톨릭 국가들이 예루살렘 탈환을 목적으로 벌인 십자군 전쟁에서 비롯됐다는 점이 흥미롭다. 십자군 전쟁 중 칼에 베이고 찢긴 군복을 본떠 상류층 패션에 사용하면서
당시 남성복 상의와 소매를 장식하는 '슬래시(slash·칼로 긋다) 패션'이 등장했다.
16세기에는 옷에 칼집을 낸 스위스 용병 패션이 상류층에 영향을 줬다는 기록도 있다.

귀족들은 의복에도 과시적인 것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인다.

과거 귀족 패션도 찢는 행위를 통해 과장된 소매와 어깨를 강조하는 디자인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유연성을 좋게 하는 기능성의 이점에다 창의적 디자인이 더해지면서

현대에서는 저항정신을 반영한 스트리트 패션부터 감각적인 디자인 하이패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재창조돼 쓰인다.

이탈리아 화가 조르조 모란디는 "이 세계에 새로운 것은 없거나 설령 있다고 해도 아주 조금뿐"이라며

"중요한 것은 소위 자연의 사물을 바라보는 예술가의 다양하고 새로운 자세"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사실상 완전히 새로운 것은 있다고 해도 지극히 희소하다.

결국 영감을 주는 대상을 기능적으로 검증하는 동안

얼마나 열린 사고를 하고 창의적으로 재창조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래야 패션의 파격을 만들 수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1/02/201711020349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