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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가지에 묻은 동물 털을 모아 만든 옷 (김자연, 조선일보)

colorprom 2017. 10. 20. 13:48


[김자연의 패션&라이프] [15]

나뭇가지에 묻은 동물 털을 모아 만든 옷

입력 : 2017.10.20 03:12

이탈리아 밀라노의 로로피아나 매장에 전시된 비쿠냐 털 코트.
이탈리아 밀라노의 로로피아나 매장에 전시된
비쿠냐 털 코트. /블룸버그








이탈리아 패션 하우스 구찌가 2018년부터 모피를 사용하지 않을 것(fur-free)이라고 지난주 밝혔다.
지난 5년간 털가죽을 댄 로퍼로 큰 히트를 치며 큰 성공을 거두었다는 점에서 구찌의 선택은 놀라웠다.
세계적 모델이자 동물 보호 운동가 지젤 번천
패션지 보그(VOGUE) 파리판(版) 8월호 표지에 인조 모피를 입고 새끼 캥거루를 안은 모습으로 등장했다.

모피는 동물 보호 관점에서 볼 때 '윤리 의식 없는 패션' 취급을 받고 있다.
하지만 모피를 입지 말라고 강요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겨울 뉴욕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피 입은 사람에게 달걀을 던지며 시위하는 식의 과격한 반대 운동은
더욱 그렇다.
모피를 입는 것을 윤리적 책임에 따른 신념이냐, 아니면 미학 추구의 자유이냐를 판단하는 문제는
결국 개인 몫이기 때문이다.

윤리적 이유로 패션의 미학적 부분을 포기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윤리와 미학은 별개 문제이다.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 자체는 윤리의 범위가 아니다.

세계적 브랜드인 '휴고보스'가 디자인한 2차대전 당시 나치 군복은
후대에 많은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줄 만큼 훌륭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나치를 소재로 한 영화 '발키리'를 만든 유대인 영화감독 브라이언 싱어조차
영화 제작 당시에 나치 군복에 미학적으로 도취했다고 인정했을 정도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인조 모피는 생산과 폐기 과정에서 천연 모피보다 환경적으로 더 큰 악영향을 미친다. 환경 론자가 볼 때는 인조 모피가 오히려 비난받을 여지가 있다.
무조건적 모피 사용 반대보다는 동물 털을 사용하는 인도적이고 윤리적인 방법을 찾는 것이 낫다.
실제로 패션 브랜드 '로로피아나'는
멸종 위기종으로 분류된 비쿠냐가 나뭇가지에 묻힌 털을 채취해 옷감을 만든다.

패션은 이제 윤리라는 가치를 팔기 시작했다.
그 가치를 구매하는 것 역시 개인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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