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10.17 03:09
조지 오웰 '1984년'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유엔총회 연설에서
'가장 평화롭고 아름다운 방법으로 민주주의를 성취한' 한국의 촛불 혁명이야말로
유엔의 정신을 가장 잘 구현한 예라고 단언했다.
또한 유엔의 정신은 '사람을 근본으로'하는 한국 새 정부의 슬로건과 일치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 자리에 혹시 촛불 광장에 있었던 해괴한 그림, 폭력적 구호, 인격말살적 개그와 퍼포먼스 등을
목격한 사람들이 있었다면 고개를 저었을 것 같다.
'촛불 혁명'으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의 정책들과 그 시행 방법은 대부분 지극히 비평화, 비민주적이다.
최저임금의 반강제적 대폭 인상, 청천벽력 같은 탈원전 정책,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강요,
81만개 공무원 일자리 증설 등 '간 큰' 정책들이 국민과의 협의 과정 없이 일방적 공표 후 강행되어서
일반 국민에게는 폭압적으로 느껴진다.
수천 명의 제빵사를 정규 직원으로 고용하라는 명령은
파리바게뜨에 무시무시한 폭행으로 느껴지지 않았을까?
새 정부는 우리나라 경제를 파괴할 이런 강압적 시책들도 모두 '아름다운 평화'로 간주하는 것일까?
수갑에 묶인 채 호송 버스의 계단을 위태롭게 오르내리는,
완전히 넋이 나간 듯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모습은
한때 그녀의 실정을 혐오했던 사람에게도 애처로움을 자아낸다.
이 정부가 60대의 여성 전직 대통령을 구속 상태에서 일주일에 네 번 10여 시간씩 재판하는 이유는
'사람을 근본으로' 하는 정부라서 국가 시설에서 식사와 잠자리, 출두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서인가?
이 정부의 '평화'는 오웰의 장편 '1984년'에 나오는 '평화'보다 한층 포괄적으로 반어법적인 어휘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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