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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체호프'의 희곡 읽기 (류주연 대표, 조선일보)

colorprom 2017. 9. 28. 18:03

[일사일언] '체호프'의 희곡 읽기

  • 류주연 연극연출가·극단 산수유 대표


입력 : 2017.09.28 03:08

류주연 연극연출가·극단 산수유 대표
류주연 연극연출가·극단 산수유 대표

연극을 해야겠단 생각을 하고 처음 읽은 희곡이 안톤 체호프'벚꽃 동산'이다.
체호프는 100년 전 활동한 작가임에도, 그를 빼고 연극을 얘기할 수 없을 정도로 연극에서는 중요한 작가다. 또 '벚꽃 동산'은 체호프를 얘기하면서 빠뜨릴 수 없는 체호프의 대표작이다.
이러니 소위 연극을 지망하는 사람으로서 안 읽을 수가 있나.

부푼 기대감으로 1막을 읽었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아무 재미가 없었다.
한때는 작가를 꿈꿨던 소녀였고, 독서라면 어디 가서 빠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참으로 참담했다.
이렇게 소화가 힘든 글은 처음이었다.
어쨌든 끝까지 읽기는 했지만, 4막까지 읽는 내내 반전은 없었고 두 번 다시 펼쳐보지 않았다.

그리고 몇 년 뒤, 극단 생활을 하게 되면서 다시 체호프를 만나게 되었다.
극단 대표가 체호프 시리즈를 하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이 무슨 악몽의 현실화인가.
내색하진 않았지만 극단 생활의 출발이 걱정스러웠다.
반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체호프의 작품들을 읽었다.

이런 반전은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다시 태어난 느낌이랄까? 심봉사가 갑자기 눈을 뜨고 세상을 본 느낌이랄까?
체호프의 작품들은 재밌었다.
글을 껴안을 수 있다면, 그야말로 부서져라 껴안고 싶을 정도로.

칼럼 관련 일러스트

세상에는 엄청난 양의 희곡들이 있다.

소설보다 한참 형님이고, 시하고 어깨를 나란히 하는 역사를 가졌으니 당연하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에게 희곡은 소설보다 낯설고, 시보다 안 읽히는 장르다.


희곡은 연극으로 보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많은 희곡 중에 연극으로 제작되는 경우는 1%도 안 된다.

또 희곡이 갖는 독특한 구조와 형식으로 몰입이 쉽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조금만 익숙해져도 그 매력에서 헤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사람들이 희곡을 읽었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희곡을 소설처럼, 시처럼 독서한다면, 공연장을 찾는 관객이 줄어들려나?

그래서 내가 쪽박을 차는 한이 있더라도 나는 사람들에게 희곡 읽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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