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이 태어나신 날짜를 아세요? 12월25일이죠. 그걸 ‘크리스마스’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이견이 있죠. 크리스마스의 유래는 로마의 동짓날 축제(12월 말경 1주일가량 열렸다고 함)라는 겁니다. 동지는 로마에서 믿던 태양신의 탄생일이었죠.
그런데 4세기경 기독교가 크게 퍼지면서 로마의 축일이 예수 탄생일로 바뀌었다는 거죠.
“12월 25일이다” “아니다” 입씨름
중요한 건 그 분 맞을 준비인데…
게다가 16세기에는 새로운 달력이 등장했죠. 바로 ‘그레고리력’입니다.
그레고리 교황이 이 달력을 사용했기에 로마 가톨릭의 영향권에선 모두 그레고리력을 썼죠.
요즘 우리가 사용하는 양력입니다.
반면 정교회에선 예전 달력인 ‘율리우스력’을 계속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그레고리력의 12월25일이 율리우스력에선 1월7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요즘도 동구권 등에선 크리스마스가 1월7일입니다.
그래서 이런저런 이유로
“12월25일이 예수님 탄생일이 맞다”는 의견과 “아니다”는 의견이 종종 맞서기도 합니다.
과연 어느 쪽 주장이 맞을까요.
이에 대해 정진석 추기경(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이 직접 ‘호각’을 부신 적이 있습니다.
어떻게 판정을 내렸을까요.
정 추기경은 “예수님이 12월25일에 오셨거나, 아니면 24일이나 26일에 오신 게 큰 차이가 있느냐”고
지적했습니다.
이유가 궁금하지 않으세요? 정 추기경은 ‘날짜’가 아니라 ‘오심의 의미’를 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설명을 덧붙였죠.
“예수님은 12월25일에만 오시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여러분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바로 여러분의 일상, 그 일상의 매 순간 순간에 오셔야 하는 것입니다.”
이제야 이해가 가네요.
‘껍데기’를 붙들지 말고 ‘알맹이’를 보라는 뜻이네요.
예수를 ‘머리’로 찾지 말고 ‘절절한 가슴’으로 찾으란 말이네요.
‘기록의 예수’에 갇히지 말고 ‘생명의 예수’를 찾으란 얘기네요.
정 추기경은 그걸 ‘문의 안과 밖’에 빗댔습니다.
“문이 하나 있어요. 그런데 이 문은 안쪽에만 문고리가 달려 있습니다. 밖에선 열 수가 없죠.
그런데 예수님은 바깥에 계십니다. 우리 모두 그런 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 예수님께 문을 열어드릴 수 있는 이는 ‘자기 자신’이라고 했습니다.
정 추기경은 “마음의 문은 이처럼 안에서만 열리는 것”이라고 덧붙였죠.
그제야 알겠더군요. 매년 다가오는 ‘성탄절’도 일종의 문고리가 아닐까요.
그제야 알겠더군요. 매년 다가오는 ‘성탄절’도 일종의 문고리가 아닐까요.
그러나 ‘날짜’를 붙들고, ‘형식’에 얽매여선 문고리를 당길 수가 없겠지요.
‘예수 오심’의 의미가 2000년 전을 향할 때는 문고리를 잡을 수가 없겠죠.
성탄절의 의미가 ‘지금, 이곳’을 향할 때,
또 나의 가장 구체적인 일상에서 살아날 때, 우리는 문고리를 잡을 수가 있겠지요.
백성호 기자
백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