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1 : 지난해 4월18일. 전광훈 목사(청교도영성훈련원 원장)는 한 집회에서 농담조로
“이번 대선에서 이명박 안 찍는 사람은 내가 생명책에서 지워버릴 거야”라고 말했습니다.
교인들이 웃음을 터뜨리자 “생명책에서 안 지움을 당하려면 무조건 이명박 찍어. 알았지?”라며
“여러분, 대한민국을 예수의 나라로 만들어봅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개신교계 대선 풍경
하나님의 뜻은 어디…
#풍경2 : 대선을 사흘 앞둔 지난해 12월16일. 김홍도 목사(금란교회 담임)는 주일 예배에서
“하나님의 뜻에 부합하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7월에도 김 목사는 “예수님 잘 믿는 장로가 (대통령이) 되기를 기도해야겠다”며
“(이명박) 장로님이 테러를 당할 수도 있으니 지금부터라도 3일 금식기도를 시작하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10월에는 “이번 대선에서 하나님이 예비하신 대통령께서 마귀의 참소와 테러로 낙마하지 않도록
기도해야 한다”고 설교했습니다.
#풍경3 : 지난해 12월16일. 옥한흠 목사(사랑의교회 원로)는 주일 예배에서
“우리는 다종교 국가에 살고 있다.
무슨 종교를 믿든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것이고,
종교가 같다는 이유로 무조건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선진국답지 못한 행동”이라고 말했습니다.
#풍경4 : 지난해 12월21일. 대선 결과가 나온 이튿날이었죠.
‘산마루영성클래스’를 통해 영성운동을 하고 있는 이주연 목사(산마루교회 담임)는 e-메일로
이런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대선의 결과를 놓고 지난 시대와 역사를 묵상합니다.
어둠이 짙으면 동트는 아침이 가까이 오고,
시계의 추가 좌에 이르면 우를 향하게 되고, 그 역도 마찬가지입니다.
또 나는 새는 반드시 두 날개로 나는 것입니다.
그리고 온유한 사람이 복이 있나니 그들이 땅을 차지하게 됩니다.
이 셋은 이 역사에서 반복될 것입니다.’
#풍경5 : 지난해 12월27일. 서울 소망교회에서 ‘당선자 감사 예배’가 열렸습니다.
이 교회 장로인 이명박 당선자도 비공식 일정으로 참석했죠.
단상에 오른 이 당선자는
“21세기 가장 모범적인 CEO(전문경영인)는 예수 그리스도”라며
“예수님은 제자의 발을 씻어주는 등 2000년 전에 이미 섬기는 봉사를 했습니다.
저도 국민을 섬기겠습니다. 하나님을 믿듯이 국민을 믿겠습니다”라고 말하더군요.
서울시장 재직 시절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하겠다”는 말로 논란을 빚었던 때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풍경6 : 지난해 12월27일. 전광훈 목사 등 70여 명의 목회자들이
기독교 정당(가칭 사랑실천당)의 창당을 위한 발기 준비모임을 가졌습니다.
“민족과 나라를 위해 영적 기반이 될 정당이 있어야 한다는 판단에서 창당을 추진하게 됐다”고 하더군요.
이에 대해 한국교회언론회는 31일 “일부 목회자의 영웅 심리에 의한 정치적 행위가 매우 우려스럽다”며
“세속권력과 교회는 건강한 긴장관계를 가질 때
교회의 본질을 지키고, 교회의 순수성을 유지하고, 그 고유의 사명을 감당할 수 있었다”고 반박했습니다.
어떻습니까. 모두 이번 대통령 선거를 놓고 벌어진 개신교계 풍경들입니다.
어떻습니까. 모두 이번 대통령 선거를 놓고 벌어진 개신교계 풍경들입니다.
지금 와서 선거법 위반 여부를 따지자는 게 아닙니다.
다만 여러 풍경 속에 등장하는 하나님도 참 여럿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우주를 창조하신 하나님은 오직 한 분인데 말이죠.
그래서 궁금해집니다. 과연 어떤 풍경 속의 하나님이 ‘진짜 하나님’인지 말입니다.
그래서 궁금해집니다. 과연 어떤 풍경 속의 하나님이 ‘진짜 하나님’인지 말입니다.
행여라도 그중에 ‘내가 만든 하나님’ 혹은 ‘나를 위해 끌어온 하나님’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되네요.
얼마 전에 만난 정진석 추기경은
“기도할 때 내가 원하는 것을 찾지 말고,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걸 찾으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묻고 싶네요.
이들 풍경 속에서 ‘내가 원하는 것’이 흐르는 풍경은 어디며,
또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이 흐르는 풍경은 어디입니까.
백성호 기자
백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