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호의 하루명상

백성호 기자의 현문우답 <30> 내가 원하는 것, 하나님이 원하는 것

colorprom 2008. 1. 3. 14:26

백성호 기자의 현문우답 <30>

내가 원하는 것, 하나님이 원하는 것

                

      



#풍경1 : 지난해 4월18일. 전광훈 목사(청교도영성훈련원 원장)는 한 집회에서 농담조로
“이번 대선에서 이명박 안 찍는 사람은 내가 생명책에서 지워버릴 거야”라고 말했습니다.
교인들이 웃음을 터뜨리자 “생명책에서 안 지움을 당하려면 무조건 이명박 찍어. 알았지?”라며
“여러분, 대한민국을 예수의 나라로 만들어봅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개신교계 대선 풍경
하나님의 뜻은 어디

 

#풍경2 : 대선을 사흘 앞둔 지난해 12월16일. 김홍도 목사(금란교회 담임)는 주일 예배에서

“하나님의 뜻에 부합하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7월에도 김 목사는 “예수님 잘 믿는 장로가 (대통령이) 되기를 기도해야겠다”며

“(이명박) 장로님이 테러를 당할 수도 있으니 지금부터라도 3일 금식기도를 시작하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10월에는 “이번 대선에서 하나님이 예비하신 대통령께서 마귀의 참소와 테러로 낙마하지 않도록

기도해야 한다”고 설교했습니다.

 #풍경3 : 지난해 12월16일. 옥한흠 목사(사랑의교회 원로)는 주일 예배에서

“우리는 다종교 국가에 살고 있다.

무슨 종교를 믿든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것이고,

종교가 같다는 이유로 무조건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선진국답지 못한 행동”이라고 말했습니다.

 #풍경4 : 지난해 12월21일. 대선 결과가 나온 이튿날이었죠.

‘산마루영성클래스’를 통해 영성운동을 하고 있는 이주연 목사(산마루교회 담임)는 e-메일로

이런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대선의 결과를 놓고 지난 시대와 역사를 묵상합니다.


어둠이 짙으면 동트는 아침이 가까이 오고,

시계의 추가 좌에 이르면 우를 향하게 되고, 그 역도 마찬가지입니다.

또 나는 새는 반드시 두 날개로 나는 것입니다.

그리고 온유한 사람이 복이 있나니 그들이 땅을 차지하게 됩니다.


이 셋은 이 역사에서 반복될 것입니다.’

 #풍경5 : 지난해 12월27일. 서울 소망교회에서 ‘당선자 감사 예배’가 열렸습니다.

이 교회 장로인 이명박 당선자도 비공식 일정으로 참석했죠.

단상에 오른 이 당선자는


“21세기 가장 모범적인 CEO(전문경영인)는 예수 그리스도”라며

“예수님은 제자의 발을 씻어주는 등 2000년 전에 이미 섬기는 봉사를 했습니다.

저도 국민을 섬기겠습니다. 하나님을 믿듯이 국민을 믿겠습니다”라고 말하더군요.


서울시장 재직 시절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하겠다”는 말로 논란을 빚었던 때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풍경6 : 지난해 12월27일. 전광훈 목사 등 70여 명의 목회자들이
기독교 정당(가칭 사랑실천당)의 창당을 위한 발기 준비모임을 가졌습니다.
“민족과 나라를 위해 영적 기반이 될 정당이 있어야 한다는 판단에서 창당을 추진하게 됐다”고 하더군요.

이에 대해 한국교회언론회는 31일 “일부 목회자의 영웅 심리에 의한 정치적 행위가 매우 우려스럽다”며
“세속권력과 교회는 건강한 긴장관계를 가질 때
교회의 본질을 지키고, 교회의 순수성을 유지하고, 그 고유의 사명을 감당할 수 있었다”고 반박했습니다.

 어떻습니까. 모두 이번 대통령 선거를 놓고 벌어진 개신교계 풍경들입니다.
지금 와서 선거법 위반 여부를 따지자는 게 아닙니다.
다만 여러 풍경 속에 등장하는 하나님도 참 여럿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우주를 창조하신 하나님은 오직 한 분인데 말이죠.

 그래서 궁금해집니다. 과연 어떤 풍경 속의 하나님이 ‘진짜 하나님’인지 말입니다.
행여라도 그중에 ‘내가 만든 하나님’ 혹은 ‘나를 위해 끌어온 하나님’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되네요.

얼마 전에 만난 정진석 추기경
기도할 때 내가 원하는 것을 찾지 말고,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걸 찾으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묻고 싶네요.
이들 풍경 속에서 ‘내가 원하는 것’이 흐르는 풍경은 어디며,
또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이 흐르는 풍경은 어디입니까.

백성호 기자


[출처: 중앙일보] 백성호 기자의 현문우답 <30> 내가 원하는 것, 하나님이 원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