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경 1 : 2000년 전이었습니다. 예수가 말했습니다.
“남을 심판하지 마라. 그래야 너희도 심판 받지 않는다.
너희가 심판하는 그대로 너희도 심판 받고, 너희가 되질하는 바로 그 되로 너희도 받을 것이다. (마태 7:1~2)” 또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너는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마태 7:3)”
궁금하네요. 왜 남을 심판하면 나도 심판 받게 되는 걸까요?
# 풍경 2 : 2500년 전이었습니다. 인도의 죽림정사에 붓다가 머물 때였죠.
악꼬사까 바라드와자라는 브라만이 찾아와서 붓다에게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브라만 계급에 속한 좋은 가문의 청년이 머리를 깎고 출가를 했거든요.
붓다는 그 욕설을 다 들었습니다. 그리고 되물었죠.
“그대의 친구나 동료, 친척이 당신을 방문할 때 음식 대접을 합니까?” “그렇소, 대접하오.”
붓다가 다시 물었죠. “만일 그들이 그 음식 대접을 받지 않는다면, 그 음식은 누구의 것입니까?”
브라만은 “물론 나의 것이요”라고 답했습니다.
붓다가 말했습니다. “그와 마찬가지입니다.
당신은 욕하고 꾸짖고 악담을 했습니다. 그건 음식을 나누어 먹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나는 당신의 음식을 함께 먹지도 않고, 주고받지도 않겠소.
그러니 (욕설은) 모두 당신의 것이요.”
나중에 악꼬사까 바라드와자는 붓다에게 출가해 아라한이 되었다고 합니다.
하느님(하나님)은 우주를 창조했습니다.
하늘이 있으라 하니 하늘이 생겼고, 땅이 있으라 하니 땅이 생겼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하느님 당신을 본따 사람도 빚었습니다.
그래서 사람은 하나님(하느님)을 닮았습니다. 창조의 능력까지도 꼭 닮았습니다.
우리의 마음을 보세요. 우리는 원하는 마음, 원하는 감정, 원하는 아이디어를 무엇이든 창조할 수 있습니다.
가령 “미워하는 마음이 있으라”하면 우리 마음의 창고는 순식간에 미워하는 감정으로 가득 찹니다.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라”하면 마음 창고는 사랑의 감정으로 넘쳐납니다.
그렇게 온갖 감정을 창조해서 쓸 수 있는 게 우리의 마음이 가진 힘입니다. 정말 무궁무진하지 않나요?
그런데 예수는 “남을 심판하지 마라”고 했습니다.
다시 말해 “심판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마라”고 하신 겁니다. 왜 그랬을까요?
우리의 감정에는 기운이 있습니다.
미워하는 마음, 싫어하는 마음, 증오하는 마음에는 독기(毒氣)가 있습니다.
우리는 그런 독 기운을 미운 사람을 향해 쏘아댑니다. 때로는 말로, 때로는 눈빛으로, 때로는 마음으로 말이죠. 그래서 상대가 그 독 기운을 맞고 쓰러지길 바랍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세요.
우리가 “저 사람을 미워해야지”하고 미운 감정을 불러일으키면 그건 먼저 내 마음의 창고를 채웁니다.
“저 사람을 증오해야지”하고 불러일으킨 증오심도 먼저 내 마음의 창고를 채웁니다.
그러니 그런 독 기운의 1차 소비자가 누구일까요? 맞습니다. 다름 아닌 나 자신입니다.
남을 심판하고, 증오하고, 미워하는 독기를 품으면 품을수록 어떻게 될까요?
내가 먼저 거기에 취하는 겁니다. 결국 내가 일으킨 기운에 내가 취하고 마는 거죠.
독기를 품으면 독 기운을 마시게 되고, 사랑하는 마음을 품으면 사랑의 기운을 마시게 되니까요.
그러니 우리가 남을 심판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심판을 받는 거죠.
우리가 남을 사랑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사랑을 받는 겁니다.
그게 바로 우주의 이치입니다.
예수는 말했습니다.
예수는 말했습니다.
“남을 심판하지 마라. 그래야 너희도 심판 받지 않는다. 너희가 심판하는 그대로 너희가 심판 받을 것이다.”
그런데 남의 눈에 낀 티를 볼 때는 이런 이치가 와닿지 않습니다.
내 눈에 낀 들보를 볼 때야 비로소 이런 이치가 가슴에 와닿는 겁니다.
그래서 예수는 “네 눈 속의 들보를 먼저 깨달으라”고 한 거죠.
그게 이치를 이해하는 첫 단추이기 때문입니다.
붓다도 마찬가지입니다.
붓다도 마찬가지입니다.
붓다는 상대방의 욕설이 어디에서 일어나, 어디서 머물고, 어디로 돌아가는가를 스스로 보게 한 겁니다.
그 역시 우주의 이치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의 말씀은 결국 누구를 사랑하라는 말일까요?
백성호 기자
백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