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호의 하루명상

백성호 기자의 현문우답 <90> 메모, 손쉬운 다이어트 방법

colorprom 2011. 1. 20. 14:21

백성호 기자의 현문우답 <90>

메모, 손쉬운 다이어트 방법




#풍경1 : 쉽지 않습니다. 식습관을 바꾸는 일 말입니다.

연초부터 다이어트 계획을 세웠으나 식탁 앞에선 늘 배고프고, 먹고 나면 늘 후회하죠.

“어휴, 오늘도 과식을 해버렸네”라며 말입니다. 그리고 다짐합니다. “다음 식사는 양을 줄여야지.”

그런데 다음 끼니가 되면 까맣게 잊고 맙니다. 배에선 ‘꼬르륵’소리가 나니까요. 그래서 숟가락을 듭니다.

그리고 ‘배불리 먹었다’는 뿌듯한 느낌이 올 때까지 식사를 합니다.

숟가락을 내려놓고 10분만 지나면 또 후회합니다. 배가 불러오니까요. “어휴, 오늘도 과식을 해버렸네.”


과식은 늘 되풀이됩니다. 어제의 과식, 오늘의 과식, 내일의 과식은 늘 닮은 꼴이죠.

그런데도 식탁 앞에만 앉으면 배가 고프고, 먹고 나면 과식의 후유증에 허덕입니다.

#풍경2 : 시험 삼아 조그만 수첩에 메모를 해봤습니다. 식사 후의 상태를 말입니다.

‘아침에 사과 반쪽, 당근 1/6개. 먹을 때는 양이 적다 싶음.

식후 10분이 지나자 배가 불러옴. 위가 빈 느낌에 기분이 상쾌함. 점심때까지 공복감은 느껴지지 않음.’


점심을 먹고 나서도 메모를 합니다.

‘칼국수 1그릇과 왕만두 2개를 먹음. 식후에 카페라떼도 1잔.

식후 15분이 되자 포만감이 밀려옴. 몸이 부담스러울 만큼 과식함.

무려 6시간이 지나서야 위가 다시 비워졌다는 느낌이 듦. 너무 힘들었음.’


저녁을 먹고 나서도 기록을 합니다. ‘점심 때 과식했으니 저녁은 간단히 샌드위치 1개를 먹음.

다시 몸이 가볍고 상쾌해짐. 밤 11시가 되자 배가 고파짐.

야식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그냥 잠자리에 듦. 막상 잠자리에 누우니까 아침까지 배고픈 줄 전혀 모르겠음.’

이런 식으로 며칠간 계속 메모를 했습니다. 그렇게 메모가 쌓이자 놀라운 변화가 오더군요.

이젠 식탁에 앉을 때 먹을 양과 이후의 결과에 대해 정확한 예측이 가능해졌습니다.

“오늘 메뉴는 불고기와 생선구이네. 그럼 반찬을 이만큼, 밥을 이만큼 먹으면 적당하겠네.

음, 입맛이 당긴다고 양을 더하면 저번처럼 그런 포만감에 허덕이겠군.” 이런 생각이 절로 드는 겁니다.

이젠 눈에 뻔히 보이는 거죠. 먹을 양과 먹은 후의 결과가 말입니다.

혹시라도 궁금할 때는 수첩을 꺼내보면 됩니다.

그럼 알게 되죠. “이런 메뉴를 이 정도 먹으면 식후에 이런 결과가 오는구나.”

그럼 식사량 조절이 무척 쉬워집니다.

지금 당장은 ‘배고프다’는 느낌이 있어도 5분만 지나면 어느 정도의 포만감이 밀려온다는 걸

수첩의 기록을 통해 정확하게 내다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수첩에 메모를 하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그 수첩이 어느새 ‘식사량 조절을 위한 나만의 경전’이 돼 있더군요. 거기에는 이치가 흐르고 있었죠.

반찬의 종류와 밥의 양, 그리고 식후 내 몸의 반응에 대한 과학적인 데이터가 고스란히 담겨 있더군요.

‘나만의 경전’에는 오차가 없습니다. 직접 체험하고, 직접 체득한 결과를 기록했으니까요.

밥을 두 숟갈 먹으면 배는 항상 그만큼 불러오니까요. 결국 수첩에 대한 믿음이 100%가 되더군요.


그러자 흥미로운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젠 식사를 하면서도 식후 10분, 식후 1시간, 식후 3시간, 식후 6시간의 포만감과 공복감이 어느 정도일지
미리 알 수 있겠더군요. 다 기록을 해뒀으니까요.
그래서 식탁에 앉을 때면 ‘원인 따로, 결과 따로’가 아니라 원인과 결과를 동시에 보게 됩니다.
맛있는 밥을 보면서, 동시에 먹은 후의 포만감까지 보게 되더군요.

순간, 우리의 삶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늘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니까요. 어제의 과식을 오늘도 되풀이하듯이 말입니다.
그럴 때 메모를 하면 어떨까요.
단순한 기록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시행착오를 들여다보면서 이치의 흐름을 보는 겁니다.
“아하! 이렇게 했더니 저렇게 흘러가는구나.” 그걸 마음에 메모하는 겁니다.
그럼 오늘의 과식을 내일 또 되풀이하지 않아도 될 테니까요.

백성호 기자


[출처: 중앙일보] 백성호 기자의 현문우답 <90> 메모, 손쉬운 다이어트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