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호의 하루명상

백성호 기자의 현문우답 <73> 믿습니까 ? 믿습니다 !

colorprom 2010. 1. 28. 14:34

백성호 기자의 현문우답 <73>

믿습니까 ? 믿습니다 !

                

      



# 풍경 1 : 교회에서 목회자가 묻습니다. “믿~습니까?” 교인들이 답합니다. “믿~습니다!”

다시 묻습니다. “진실로 믿~습니까?” 교인들이 소리 높여 답합니다. “진실로 믿~습니다!”


교회에서 “믿음이 좋다”는 말은 일종의 훈장이죠.

그만큼 주일을 잘 지키고, 교회 일에 열심이고, 신실하다는 얘기니까요.

그래서 다들 ‘믿음’을 좇습니다.

“믿음이 있어야만 구원을 받을 수 있어” “너는 참 믿음이 좋아.”

여기서도 믿음, 저기서도 믿음을 강조합니다.

그래서 묻고 싶네요.

“믿음이란 뭔가?” “그 믿음은 어디서 생기는가?” “어떡해야 믿음이 더 강해지는 건가?”

정작 이런 물음 앞에서 사람들은 발을 뒤로 뺍니다. 확신이 없는 거죠.

그래서 더 궁금해집니다. 믿음이란 대체 어디서 싹이 트고, 어떻게 성장하는 걸까요?

# 풍경 2 :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했죠.

“하나님(하느님)을 믿어라. 나는 분명히 말한다.

누구든지 마음에 의심을 품지 않고, 자기가 말한 대로 되리라고 믿기만 하면,

이 산더러 ‘번쩍 들려서 저 바다에 빠져라’ 하더라도 그대로 될 것이다.”(마가복음 11장22절)

황당하다고요? 무협지 한 장면 같다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예수는 ‘믿음의 힘’을 설명한 겁니다.

산을 들어 바다에 빠트리는, 그 거대한 힘이 다름 아닌 믿음에서 나온다고 설한 거죠.

믿음의 힘이란 게 그만큼 강하다는 겁니다.

그럼 어찌해야 나의 믿음도 강해질까요?  

많은 사람이 ‘믿음=고집, 혹은 소신’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의 소신과 나의 고집이 믿음과 직결된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용을 씁니다.

“나는 이래선 안 돼, 나는 저래야 돼. 그래야 나의 믿음, 나의 신앙이 지켜지니까”라며 힘을 주죠.

그런데 믿음은 고집이 아니라 과학입니다.

무슨 뜻이냐고요?

진정한 믿음은 용을 쓸 필요가 없다는 얘기죠.

눈 내리는 풍경을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아프리카 원주민이 있다고 쳐요.

그에게 하늘에서 솜 뭉치처럼 내리는 하얀 눈은 신념이고, 고집일 수 있죠. 그때는 용을 쓰며 믿습니다.

그런데 원주민이 외국에 나가 눈 내리는 풍경을 직접 본다면 어찌 될까요? 달라지죠.

그때는 하늘에서 눈이 내린다는 사실이 자연스런 믿음이 되는 겁니다.

왜냐고요? 몸소 체험을 했기 때문이죠. 그러니 더 이상 용을 쓸 필요가 없는 겁니다.

예수의 말씀, 붓다의 가르침도 마찬가지죠. 그건 고집의 대상이 아니라 체험의 대상입니다.

그러니 성경과 불경에 담긴 눈 내리는 풍경을 직접 체험해야 합니다.

그래야 용을 쓸 필요가 없는 믿음의 순간을 만나기 때문이죠.

예수께선 이렇게 말했습니다.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천국에 가는 것이 아니라,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행하는 자라야 갈 수 있다.” (마태복음 7장21절) 무슨 뜻일까요?

“주여! 주여!”하는 고집을 통해서가 아니라

“내 아버지의 뜻대로 행함”이란 체험을 통해 눈 내리는 풍경을 볼 수 있다는 말입니다. 


왜 그럴까요? 믿음에는 ‘A-B-C’가 있기 때문이죠.

먼저 진리(하나님 혹은 하느님)가 있습니다.
그리고 진리를 담은 예수의 말씀이 있습니다. 그게 바로 성경이죠.
그런 다음에는 성경을 믿는 내가 있습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예수의 뜻대로 행하고자 하는 ’가 있는 겁니다.
그 행함을 통해 우리는 말씀의 풍경을 체험하는 겁니다. 다시 말해 눈 내리는 풍경을 몸소 보는 거죠.

그게 바로 체화(體化)의 순간입니다.
예수의 말씀을 체화할 때 우리는 진리를 체화하게 되죠.
진리를 체화할 때 우리는 하나님(하느님) 나라를 체화하는 겁니다.
“내가 너희 안에 거하듯, 너희가 내 안에 거하라”는 예수의 메시지는
말씀에 대한 체화를 통해 나와 하나가 되라는 얘기겠죠.

그런 체화의 순간을 거치며 우리는 깨닫게 되죠. “믿습니다!”의 진정한 뜻을 말입니다.
예수께선 “마음에 의심을 품지 않고”란 단서를 달았죠.
체화의 순간이 쌓이면 쌓일수록 마음에서 의심이 사라지죠.
결국 산을 들어서 바다에 빠트리는 거대한 힘이 나오는 겁니다.
그때는 대답이 절로 나오죠. “믿~습니까?” “믿~~습니다!”

백성호 기자


[출처: 중앙일보] 백성호 기자의 현문우답 <73> 믿습니까 ? 믿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