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말, 내용물의 겉 포장.

colorprom 2016. 4. 27. 19:02

 

             이 글을 읽고, '단지 말을 많이 한 것을 알아차리십시오.' 에 꽂혔다.  아, 감사합니다! 

 

2016년 4월 27일, 수요일

 

나는 정말 타고난 수다쟁이이다.

가끔은 내 말에 내가 취할 때도 있다.

아, 녹음해놓을 것을...하고 후회할 때도 있다. (*^^*)

가끔 남편은 내가 '한국말 방언'을 받은게 아니냐고 놀리기도 한다.

 

내 수다는 내림이다.

우리 아버지로부터 공짜로 물려받은 것이다.

나의 아버지의 지금 모습은 나의 미래 모습일 수도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아버지는 사실 온 집안의 '왕따'이셨다. 

자식들은 그런대로 참고 지냈고, 사위들도 은근 재주껏 잘 겪었는데, 며느리는 아예 대놓고 질색을 했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 아들은 온 몸으로 아버지와 자기 가족을 가로막아 주는 벽이 되었고,

아버지는 금쪽같은 '아들 가족들'을 가뭄에 콩나듯밖에 볼 수 없는 신세가 되었다.

 

왜였을까, 왜 그렇게 되었을까?

정말 반듯하신 분인데...정말 성실하신 분인데...왜 그렇게 되셨을까?  왜 모두 피하고 싶게 되셨을가?

 

말이 많은 나는 언젠가부터 주위를 살피게 되었다.

언젠가부터 내가 말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주위에서 이상한 불편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동안 몰랐었나?  아니다.  알았었다. 

그러나 오히려 그게 나야, 뭐.  내가 말 많은 거 몰랐어, 뭐? ~하며 더욱 당당했었다. (당당하고자 노력했다!)

새삼 내가 나를 바꾼다는 것도 쑥쓰럽고 비겁하다고 생각했었으므로!!!

아...그게 교만인 것을, 폭력인 것을 몰랐었으므로.

 

언젠가부터 남편의 감시를 느꼈다.  그리고 스스로 엄청 힘들었다...

그게 남편의 보호이고 사랑임을 알면서도 참 힘들었었다.

그리고 언젠가부터는 자식들의 눈치도 느껴졌다....아, 엄마, 왜 그래...를 느꼈다.

그리고 아차, 나도 (자식들에게, 손주들에게) 왕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정말로 들었다. *^^*

남편이, 자식이 참 아팠다.

 

그때부터였을 게다.  나를 객관적으로 살필 수 있었던 게. 

그리고 한동안은 내 입을 무척 의식했다.

말을 좀 많이 했다 싶으면 슬쩍 남편을 살피거나, 스스로 '내가 말이 좀 많아요~'하며 말꼬리를 내렸다.

늘 말에 대한 글을 만나면 심각하게, 절실하게 읽었다.

병의 치료 시작은 스스로 환자임을 깨닫는 것이다!!!

 

 말은 그 사람의 마음을, 생각을 보여주는 겉면, 포장일게다.

아무리 겉이 아니라 속을 봐야한다고 해도, 우리가 사람인 이상, 어찌 겉 만으로 속을 알겠나?

속을 채우는 것은 당근 기본 사항이고,

겉도 부드럽게, 깨끗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이제야 한다.

그것이 말하는 사람의 예의요 배려라는 생각이 이제야 든다, 내가.

 

아부스러운 과대포장도 아니지만, (내가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도 못되지만~*^^*)

그렇다고 생살에 소금뿌리듯, 그것도 오래 계속 부벼대는 것도 폭력이라는 생각이 이제야 든다...

 

가난한 나라의 왕같은 분이셨던 아버지께는 아무도 충고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저 참다가 그 자리를 피하는 식으로 지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사실 모두 같은 성향이라서 확실하게 문제를 몰랐을 수도 있다.

그래서 아버지는 더 외로우셨을 것이다.  더 이해받고 싶으셨을 것이다...

말이 많은 것은 욕구 충족이 되지 않아서 입니다~이 말이 아버지 마음 아니셨을까?

 

나에게는 아버지라는 선배님이 계시니까...아버지 닮은 그 단점을 내가 고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나의 단점을 아이들에게나 손자들에게 보여주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도 든다.

나는 우리 자손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되지 말아야지~그것도 실속없이 말로써!!!  ㅎㅎㅎ~

 

나는 일단 시작이 말이 많은 성향이니까...나는 타고나기를 말 많은 성향이니까...

마치 가난한 신혼부부가 마이너스 통장으로 결혼생활을 시작하듯~

마치 태어나기를 약하게 태어난 아이여서 조심조심하듯이~

아, 조심하자.  말 많이, 길게 하지 않도록 조심하자.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자식들을 포함해서, 내용에 관계없이 일단 안들을래요~하지 않도록...!!!

겉을 예쁘게 포장을 하는 것도 배우고 노력하자, 이제! (그게 방법론이고, 지혜일 것이여~ *^^*)

 

전철역에서 이 글을 읽고 얼마나 반갑고 감사하던지...

푸근한 할머니가 되기 위한 하나님 선물이라고까지 생각했더랬습니다!!! 

말 많은 저는 말 안하기가 더 어렵습니다.  저절로 말 많이 아니 할 수 있는 그 날을 향해~화이팅!!

막내동생 집에 계신 친정아버지께 가는 날~오늘의 수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