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와 만화방 아가씨 1탄
● 백수
내가 단골로 이용하던 만화방 주인이 바뀌었다.
어떤 삭막하게 생긴 아저씨가 가게를 보고 있었다.
저 아저씨하고 사귈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다.
☆ 만화방 아가씨
드디어 꿈에 그리던 만화방을 차렸다.
만화도 보고, 돈도 벌고 일석이조다.
어제 만화방을 삼촌에게 지키게 했더니 삭막한 놈들만 만화방에 와있었다.
이제부턴 열심히 나의 이공간을 꾸며야지.
● 백수
도저히 만화가 보고싶어서 안되겠다.
만화방에는 젊은 아줌마가 지키고 있었다.
그때 그 삭막한 아저씨 마누란가 보다.
나이차가 장난아니게 많이 나 보인다.
다음에 그 아저씨랑 친해지면 젊은 마누라 얻는법이나 배워야 겠다.
저 아줌마가 불쌍해 보였다.
☆ 만화방 아가씨
마음대로 만화책을 보며 돈까지 버는 삶이란 정말 행복하다.
내일은 오디오를 설치하고 클래식 음악이나 틀어야 겠다.
음악속의 독서. 생각만 해도 너무 낭만적이다.
백수같은 남자가 날 힐끗거린다. 만화책 훔쳐가지 않나 감시해야 겠다.
● 백수
만화방에서 왠 클래식?
저 아줌마 옛날에 다방레지였던거 같다.
그럼 그때 그 아저씨는 기둥서방인가?
오늘도 한권값으로 세권 봤다.
흐흐흐
☆ 만화방 아가씨
그 백수같은 자식이 자꾸 불쌍한 눈초리로 쳐다본다. 재수없다.
뭔가 이상한짓을 하는거 같아 보이는데 단서를 못잡겠다.
● 백수
만화방 아줌마가 음악을 들으며 꾸벅꾸벅 졸고 있다.
어찌 보면 이쁜것 같기도 하다.
배가 고파서 "아줌마 여기 라면 하나요!" 라고 말했다.
그 아줌마가 눈을 세모 낳게 뜨고는 "여긴 라면 안해요! 아저씨!" 라고 되받아쳤다.
안하면 안하는거지 화는 왜 내는지 모르겠다.
어제 기둥 서방한테 대들다가 맞았나 보다.
신경이 날카롭다.
만화방 경력 10년동안 라면 안 끓여주는 만화방은 처음이다.
☆ 만화방 아가씨
자꾸 졸음이 온다.
오늘 신간 올때까지는 할일도 없다.
또롯또 테잎 하나 사서 틀어야겠다.
단골 백수 녀석이 날 아줌마라고 놀렸다.
아직 남자 손 한번 못 만져본 수처녀한테 아줌마라니!
저녀석 아주아주 밉다. 내일은 화장하고 나와야 겠다.
● 백수
주인 아줌마가 화장을 하고 나왔다.
좀 야리꾸리해 보인다.
남편이 잠자리를 자주 같이 안해주나 보다.
트롯트 음악이 나오는걸로 봐서.
기둥서방이 제비인것 같다.
그런데 주인아저씨는 왜 한번도 보이지 않는 걸까.
쥐포천원치를 구워 달랬다.
그 아줌마가 쥐포굽다가 손을 데었다.
단골집 주인이라서 할 수 없이 옆에 쌀집 아저씨한테 간장을 얻어다가 발라주었다.
고마운 마음이 들었나?
아줌마가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 만화방 아가씨
그 단골백수가 내 이쁜얼굴을 보더니 눈이 게슴츠레해졌다.
역시 내 미모에 뿅 갔나보다. 그 녀석이 쥐포를 구어달랬다.
독서하면서 뭐 먹는 녀석이 낭만이 있을리 없다.
데었다.
엄청 아팠다.
그 백수 녀석이 간장을 얻어다 발라주었다.
진짜 황당한 녀석이다.
● 백수
앗 오늘은 그 아줌마가 없다.
그때 삭막한 아저씨가 만화방을 보고있다.
주기를 따져봤더니 한달에 한번은 집에 들어오는것 같다.
집에 갈때쯤 그 아줌마가 돌아왔다.
그리고 그 아저씨보고 삼촌 고맙다며 인사를 했다.
그럼 저 사람이 남편이 아닌가보네!
주인 아줌마를 스윽 쳐다봤다.
외출복을 입은 그녀가 오늘따라 섹시해 보인다.
☆ 만화방 아가씨
오늘은 한달에 한번 있는 동창 곗날이라 삼촌보고 만화방을 봐달랬다.
좀 꾸미고 친구들과 만나서 재밌게 놀았다.
만화방에 돌아왔을때 그 백수녀석이 나가다 말고 나를 이상한 듯 쳐다 봤다.
마약맞은 놈 같다.
● 백수
오늘 큰맘먹고 아줌마한테 "아줌마 진짜 라면 안돼요?" 라고 물었다.
실은 "아줌마, 아줌마 맞아요?" 라고 물어 볼려고 했었는데...
주인 아줌마가 "나 아줌마 아녜요! 라면도 안해요."
신경질적인 답변이 왔다.
아줌마가 아니랜다. 기뻤다.
자세히 보니 무진장 예뻐 보였다.
☆ 만화방 아가씨
그 백수 녀석이 또 날 아줌마라고 놀렸다.
라면하고 원수진 녀석같다.
라면 안된다고 했는데 상당히 기쁜표정을 짓는다.
경계해야 될 놈이다.
● 백수
아침 문여는 시간에 그녀를 보러 만화방에 갔다.
금방 밥먹다 나왔나 보다.
얼굴에 밥 풀이 묻어 있다.
이제는 그 모습도 귀여워 보인다.
그래서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마도 난 그녀를 좋아하기 시작한 것 같다.
☆ 만화방 아가씨
백수 녀석이 아침부터 밥도 못먹게 들이 닥쳤다.
내 얼굴에 뭐가 묻었나?
날 보고 실실 쪼갠다.
단골이라서 뭐라 할수도 없는 내 신세가 처량했다.
● 백수
그녀가 오늘은 왠일로 치마를 입고 앉아 있다.
너무 뇌쇄적이다.
다리가 참 이쁘다.
이럼 안된다라고 마음을 달랬지만 자꾸 눈이 그녀의 다리로 간다.
치마 안쪽에 빨간 속옷이 살포시 비쳤다.
오늘밤은 잠도 못잘것 같다.
그녀의 빨간 팬티를 보았다는 생각을 하니 왠지 가슴이 벌렁거려 만화가 눈에 들오지 않았다.
☆ 만화방 아가씨
오늘 왠지 치마가 입고 싶어졌다.
그런데 게슴츠레한 그 백수녀석 눈빛이 떠올랐다.
민망하긴 하지만 고등학교때 입던 빨간체육복을 안에다 껴입었다.
백수 녀석이 만화책을 보다 말고 벌벌 떨면서 나갔다.
약기운이 떨어졌나보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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