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5일, 토요일
어제의 '화'가 오늘까지 생생하게 남아있다...어쩌나...
남편의 말 한마디에 터질듯 팽팽하진 않아도 그럭저력 차있던 풍선이 피식~휘리리~ 죽어 버렸다.
그리고는 입이 딱 붙어버렸다. (나같은 수다쟁이가...!)
머릿속을 날라다니는 말들, 차마 입 밖으로 못 내보내는 말들이 지금까지도 마구마구 날라다닌다.
- 아...재미 없어...살 맛이 안 나...그냥 숨어버리고 싶어...
신중하고 깔끔한 남편은, 그래서인가, 매우 부정적이다.
- 안돼, 안돼... (뭔 된다는 일을 못 봤다!)
그에게 나는 늘 '세상 물정 모르는', '무식해서 용감한' 아줌마이다.
남편의 부정적인 말 한 마디에 이렇게 기운이 죽~빠지는 것을 보면, 난 아직 많이 남편에게 의지하나 보다.
환갑을 갓 넘긴 남편은 흰 머리카락에도 자신없어 한다.
- 머리가 허예서...머리가 허연 사람이...
늘 입에 달고 있는 말이, '머리가 허예서...'다.
머리가 검으면 어땠을까?
' 이 나이에 머리가 검어서...' 또 그러지 않았을까?
쉬잇...그도 약한 사람인것을...가장이라고 완벽한 사람이어야 하는게 아닌 것을...
으흠...감정에 훌러덩 빠지는 나는 아직도 멀었다...
담담하게, 당당하게...나는 또 시험에 낙제한 기분이다.
자, 다시 시험공부 해야지...재수, 삼수, 계속 할 밖에. 살아있으므로!!!
그러나 아직은 웃지 못하겠다...나도 점점 감정회복 시간이 길어지는 듯하다.
(어제, 큰시누 피아노독주회, 안사돈, 사위, 시어머니...표정관리하느라 무지 힘들었다~ㅎ~*^^*)
현실을 인정하시길...과거의 어느 때의 '내'가 정상이라 생각하시는지?!
현재의 내 모습이 정상임을 인정하고 자유로와 지시기를...
겨울이 온다고 가을이 실망하고 주저않고 슬퍼하는 것은 옳지않음을 알아주시기를.
남편을 보면서 다짐한다.
- 나는 열심히, 열심히 늙을 것이라고!!! 나의 해가 곧 저물 것을 알기에 더 열심히 늙을 것이라고!!! ㅎ~
내 감정에 둘러빠졌음을 인정한다.
다시 시작할 밖에...다시 시험공부를 시작할 밖에...
그리고 언젠가 장렬히 무너질거다, 웃으며~'와~끝났다!!' 하면서! *^^*
언젠가 본 글이 생각난다.
메말라 죽느니, 닳아서 죽겠다~였나?
가수 황보씨가 감동했다는 글...ㅎ~
가수 황보씨, 내 맘에 들었어요, 그 글을 보고. (중앙일보, 다시 찾아봐야 겠다! *^^*)
나는 녹슬어 없어지기보다, 닳아 없어지기를 원하노라. - 조지 휫필드 (1741~70)
(2014년 3월 29일, 토요일, 중앙일보, 오피니언 29 쪽)
황보씨는 이 글을 7년 전 지방가는 길에 휴게소 화장실에서 보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