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공부

[신문] 옷장 심리학 /(조선일보)

colorprom 2013. 1. 23. 09:47

 

입력 : 2013.01.23 03:02 | 수정 : 2013.01.23 07:14

최근 주목받는 옷장 심리·패션 치료
입은 옷 관찰하면 고통의 이유 보여… 환자에 옷장사진 찍어오라는 경우도

스타일링·브랜드 컨설팅 회사 '아장드베티'의 서은영 이사는 "최근 들어 봉사하는 마음으로 주변 사람에게 '패션 치료'라는 걸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마음을 다치고 상처받은 분들에게서 종종 연락이 오는데 사연을 듣다 보면 도와주지 않을 수가 없더라"고 했다. "가령 얼마 전엔 이혼을 당하고 절망에 빠진 분을 만났어요. 마음이 아프니 차림새도 엉망이었죠. 그분과 함께 옷장을 점검하고 새로 쇼핑도 했어요. 나중에 연락이 왔어요. '덕분에 새 삶을 찾았고 새로운 인연도 만나게 됐다'고요."

최근 미국 정신과 의사 제니퍼 바움가르트너(Baumgartner)가 '옷장 심리학'이란 책을 펴내면서, 새삼 '옷장 진단(wardrobe diagnose)' '패션 치료(fashion therapy)' 같은 용어가 조명을 받고 있다. 바움가르트너는 저서에서 "그 사람이 입은 옷만 잘 봐도 그 사람의 고통의 근원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누군가는 불안함 때문에 옷을 모으기도 하고, 강박적으로 쇼핑하기도 한다. 그럴 때일수록 옷장을 살피고 자신의 모습을 새롭게 재정비하는 패션 치료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바움가르트너에 따르면, 패션 치료가 필요한 유형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끊임없이 새 물건을 사들이는 '쇼핑 중독증' 환자, 다시는 입지 않을 아주 오래된 옷도 버리지 못하고 쌓아놓는 '저장 강박증' 환자, 특정 색깔의 옷에만 집착하는 '패션 우울증' 환자, 몸에 전혀 맞지 않는 옷만 입거나 지나치게 노출이 심한 옷만 골라 입는 '외모 혐오 또는 과다 노출증' 환자 등등.

심리 상담사 박사영씨는 "실제 우울증 환자 중엔 자신의 나이에 맞지 않는 옷을 고집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는 치료가 필요한 경우"라고 했다. "60세가 다 돼가는데도 10대처럼 보이게 옷을 입고 오는 분이 있었어요. 오랜 상담 끝에 어릴 때부터 부모에게서 사랑을 받지 못했던 아픔을 옷으로 표현하는 것임을 알게 됐죠." 박씨는 "그래서 우울증 환자에게 가끔 '집에 가서 옷장 사진을 찍어 오라'고 말하기도 한다"고 했다. "자신의 현재 모습을 가장 쉽게 아는 방법이거든요. 이를 통해 스스로 심리 상태를 헤아려볼 수도 있고요."

한 스타일리스트는 "가끔 개인적인 고민을 털어놓는 사람들에게 매일 아침 어떤 옷을 입고 집을 나서는지 적는 '옷장 일기'를 쓰라고 권한다"고 했다. "꾸준히 쓰다 보면 왜 그런 옷만 계속 골라 입는지 스스로 알게 돼요. 사람은 누구나 은연중에 옷을 통해 마음속 상처를 말하기 마련이니까요."

양창순 정신과 전문의는 "국내에선 패션 치료가 아직 보편화하진 않았지만 의사들이 치료 과정에서 환자의 옷차림을 참고하고는 있다"면서 "조울증 환자들은 특정 색깔의 옷만 입는 경우가 있고, 외모에 신경 쓰는 것도 기분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상담을 할 때 환자가 어떤 옷을 입고 어떻게 치장했는지 관찰하게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