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친정] 조선교를 아십니까?!

colorprom 2010. 4. 25. 15:00

 

2010년 4월 25일 오후 1:42

 
몇 년전 돌아가신 시외삼촌께 문병갔을 때 일이다.
손수 한글사전을 건네주시며 물으셨다.

-조선교를 아느냐?

-"[祖先敎] <명사> ≪종교≫ 조상의 신령을 숭배하는 것으로 근본을 삼는 종교."

-나는 조선교 신자다.
각자의 조상을 모시는 종교이니 우리는 교회가 따로 없다.
조상의 묘지가 교회다.

우리 시어머니의 큰오빠이신 그분에게 어머니는 그냥 어머니가 아니었다.
그분에게 어머니는 살아계신 조상신이셨던 것이다.

어머니를 조상신으로 모시던 외삼촌과
한 인간으로, 시어머니 이상으로 생각할 수 없는 외숙모님은
꽤나 오랜 세월을 불화할 수 밖에 없었다.

심장박동기를 다시 바꾸는 시술을 포기하신 후
언제 돌아가실 지 모른다는 생각에 문병겸 안부인사로 가뵈었을 때.
친자식들이 물어볼 수 없는 질문을 했다.

-외숙모님과는 왜 그리 힘이 드셨어요?

그 당돌한 질문에 대한 답이 "조선교를 아느냐?" 였다.

아...외삼촌에게 외할머니는 어머니 이상의 신이었던 것이다.
외숙모님은 남편의 어머니를 도저히 신으로 모실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분의 효도는 인간적인차원의 것이 아니었다.
그분들의 불화는 효불효의 문제가 아니라 종교의 문제였던 것이다.

*******

나는 우리나라가 유교의 나라인 줄 알았다.
아니었다.
우리나라는 조선교의 나라였다.
저 깊은 곳, 저 뼈속깊이 조선교의 DNA가 살아있는 나라였다.

나는 종친회 회장하는 집의 맏딸 출신이다.
내가 아들이었으면 나는 오갈 데 없는 종손이었을 것이다.
다행히도 딸로 태어나 가문제사의 의무에서는 벗어났지만,
의무가 없는 권리는 없는 법이므로
가끔 내가사람인가,그냥 의무가 없는딸인가..헛갈릴 때가 있다.
...단순한 가정사, 개인사,집안 일 만이 아니었다.
사실은 종교문제였던 것이다.

교회다니는 사람들에게 예수님의 사랑이 중요하듯이,
조선교사람들은 아들의 관심과 사랑에 목을 맨다.
(아..그 신인 아들이 인간인 며느리와 결혼을 해야하는 것이 딜렘마이다!!
신이 대물림되려면 인간며느리가 필요할 수밖에 없으니~)

자기도 모르게 조선교의 신이 되어버린 아들들은
아내사랑, 부모님 사랑, 자식사랑.....사랑사랑에 빠져 죽을 지경이고,
아들의 사랑에 목마른 어른들의 마음은 사막처럼 메말라 죽을 지경이고,
남편사랑에 눈이 먼 시부모님들로부터 남편과 탈출하고픈 아내들은 점점 그악교묘해지고...

아하...우리나라의 오래된 스토리, 아들선호사상, 고부간의 갈등..등등의 얘기들은,
사실은 잊혀진 우리의 종교, 조선교가 우리의 피와 뼈에 깊이깊이 각인된 때문이 아닐까?

***이제 결혼 시에 종교문제, 꼭 짚어볼 것.
기독교, 천주교, 이슬람교, 불교....만 있는게 아님을.
조선교도 엄연히 한글사전에 살아있는 우리의 종교임을!!!
(사전에만 있는 게 아니다. 사실은 실제로 우리 안에 명명백백하게 살아있다.

종교 그 이전에 기본적으로 살아있다. 효도라는 말로 바뀌어!)

***아들을 향한 외로운 해바라기짝사랑을 거둘 수 없는 내 친정노부모님이 안타깝고

(정작 본인들은 조선교신자인 것을 모르시는것 같다!!),...

또한 그분들의 사랑이 버거운 중년의 내 남동생이 안타까와 주절거려보았다.

***(부모자식간의 문제에 딸이 낄 수 없슴은 조선교에 딸은 자식으로 존재하지않기때문이다!!)
그들을 제 3자의 눈으로 보고있는 며느리, 내 올케가 조선교를 이해할 수도 없을 터이고...
신이 아닌 아들- 인간남편의 사랑만으로 충분한 며느리..를 내 이해 못하는 바도 아니니

딸인 내 마음이 이 봄에 수선수선하다!!!

*******그 시외삼촌의 부인, 시외숙모님이 2010년 부처님오신날 돌아가셨다.
남편인 외삼촌과 만나셨을까... 외삼촌이 외숙모님께 뭐라 하실까...5/24/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