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친정] 수고했어요, 고마와요...몽고 마두금이야기 (8/25/09)

colorprom 2009. 10. 8. 14:40

 

2009년 10월 8일 오후 12:33

 
**가톨릭다이제스트2010년 1월호에 실렸습니다~

 

늘 교회가는 시간쯤에 sbs에서 동물농장을 한다.

항상 그 프로 중간에 나가게 되어 속이 상할 때가 많다.

언제더라...문득 "몽골"이라고 큰 제목이 나오고. 낙타가 나왔다.

왔다갔다하면서 옆눈으로 보다가 막상 나갈 시간이 되어도 티브이를 끄지못하고

결국 문간에 서서 끝까지 보았다.


***몽고에서의 큰 재산인 낙타가 애기를 낳았다.

경사였다.

조금 어렵게 낳기는 했으나 그래도 아기가 비틀비틀 일어나 엄마젖을 찾아 다행이다싶었다.

낙타는 스스로 일어나 젖을 찾는 아기만 젖을 물린단다.

그런데 사고가 생겼으니 에미가 도통 아기에게 젖을 물리지 않는 것이었다.

물리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피해버리는 것이었다.

 

주인이 멀리사는 할아버지에게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아들에게 해금같은 악기(말대가리마두금!)을 들리고 할아버지가 오셔서는 아들에게 무언가 연주를 시켰다.

그래도 에미낙타는 끄떡도 안했다.

그때 할아버지가 우리나라 창가같은 노래를 부르며 에미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때!!!!

TV 화면 가득 에미낙타의 커다란 눈에서 나오는 눈물이 잡혔다.

그 큰눈에, 그 긴 속눈썹에 아...왕방울 눈물이 흘러나왔다!!!

그러더니 긴 목을 스윽 휘감으며 아기에게 젖을 물렸다.

 

한국말(출장간 피디):할아버지, 무슨 노래를 부르셨습니까?

한국말 자막:아, 아기낳느라고 참 수고했다. 힘들었구나...하고 위로하는 노래였습니다.

 

.....

 

나는 교회가는 내내 에미낙타를 생각했다.

아...동물도 알아주는 것을 아는구나.

위로받고싶어하는구나....

 

나는 사실 우리 아버지를 별로 안좋아한다.

지금도 썩 좋아하진않는다.

우리 형제중에 내가 아버지성격을 제일 많이 닮아 조금 걱정이다.

아...나는 아버지를 닮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많이한다.

 

그러나, 내가 또 누구인가.

그 아버지, 그 어머니의 희생위에 서있는 것을...

일제시대, 6.25 사변 이래 그 어려운 세상을 살아내신 분들...

이제 77살, 83살이 되신 그분들이다.

 

낙타를 보고 달라진 것은...

전보다 자주전화를 한다. 그리고 슬그머니 칭찬과 감사함을 표시하려고 노력한다.

이쁜 말을 하는 게 익숙하지 않고, 더군다나 아버지와는 다정히 이야기를 못해봐서 좀 어색하므로

엄마와의 통화중에 아버지에게 들어가도록 슬그머니.....

그리고...나에게도 칭찬과 감사의 말을 가끔 해준다.

화장실에서 응가와 쉬를 하면서...퉁퉁한 내 배를 쓰다듬어주면서...

"자아알했어!!", "수고했다!!"

50년을 넘게 부려먹고, 속상해하면서 스트레스 받아 내 몸을 힘들게 했음을 인정하자.

그동안 수고했다고, 고마왔다고

아직 살아계신 우리 선배님들께 표시도 하고,

아직 살아주는 우리 몸에도 인사를 해주자!!

섭섭해서 병나는 거라더라.

알아달라고!!

혜임이랑 순희의 한줄메모를 보고 나도 몇줄???썼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