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177] ‘조리돌림’
조리돌림이란 일종의 명예형이다.
고대 중국에서는 순수(循首)라고 해서
참형에 처한 죄인의 머리를 저자에 내걸어 구경거리로 삼았다.
구경하는 사람들을 경계를 시키고 가족들에게 불명예를 안겨주기 위함이었다.
반고 ‘한서’ 계포열전(季布列傳)에
계포 외삼촌 정공(丁公)이 조리돌림을 당하는 장면이 나온다.
정공은 항우(項羽) 장수였는데
유방(劉邦)을 뒤쫓아 팽성(彭城) 서쪽에서 궁지로 몰아넣으니
유방은 다급해져 정공을 돌아보며 말했다.
“우리는 둘 다 좋은 사람들인데 어찌 서로 힘겹게 싸워야 하는가?”
정공이 군사를 거두어 돌아갔다.
항우가 멸망한 뒤 정공이 유방을 찾아가니
유방은 정공을 군중에서 조리돌림[徇]을 시키고 말했다.
“정공은 항왕의 신하가 돼서 충성을 다하지 않아
항왕으로 하여금 천하를 잃게 만든 자다.”
마침내 정공 목을 벤 다음에 말했다.
“후세에 다른 사람의 신하된 자들에게 정공을 본받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대체로 조리돌림은 대역무도(大逆無道)를 저지른 범죄자들에게 시행된
전형적인 전근대적 형벌의 하나라 할 것이다.
조리돌림은 동서고금 할 것 없이 널리 시행되어 왔다.
5·16 직후 깡패들을 소탕하고서
‘나는 깡패입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가두행진을 하게 한 것이나
중국 문화혁명 당시 ‘반동(反動)’이라 쓴 팻말을 목에 건 죄인들이
홍위병으로부터 공격을 당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에 앞서 2차 대전이 끝나고 프랑스에서는
나치 점령기 부역자들이나 독일인과 결혼해서 살던 여인들을
거리에 끌고 다니며 조리돌림했다.
가장 최근에는 ‘개딸’들이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포함된 ‘수박 7적’ 명단을 공개하고
대대적으로 처단 운운한 것이 전형적인 조리돌림이라 하겠다.
어용 지식인 유시민이 이런 조리돌림에는 눈감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조리돌림을 당하고 있다고
엉뚱한 말을 늘어놓았다.
그건 조리돌림이 아니라 근대적인 법 집행일 뿐이다.
'세상 공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응준] [1] 옴진리교와 북한 (0) | 2023.04.25 |
---|---|
[이한우] [178] 압승술 (0) | 2023.03.21 |
[윤대현] [148] 가끔은 내 감정을 감정해야 한다 (0) | 2023.03.21 |
[학폭]“피멍 든 아들의 허벅지” 남의 마음에 피멍 들게 하지 말라 [세이노] (0) | 2023.03.21 |
[학폭]“우리 아빠가 누군지 알아?” 검사 아들이 으스대는 이유[세이노] (0) | 2023.03.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