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법원이 위기에…” 성창호 판사의 사의글 뒤늦게 화제
지난달 법관 생활을 마무리하고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로 새 출발한
성창호(사법연수원 24기) 전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가 법원을 떠나며 남긴
사의글이 뒤늦게 법조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는 ‘판사 개인의 노력으로 법원이 다시 바뀔 수 있다는 것에 회의적”
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7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성 부장판사는
퇴직 법관들의 명예퇴임식이 있던 지난달 16일
법원 내부게시판(코트넷)에 ‘퇴직인사’ 글을 올렸다.
그는 사의글 초반에
“사직서를 내고도 실감하지 못하다가
이제야 법원을 떠난다는 그 생경한 느낌이 가슴에 와 닿았다.
동시에 ‘명예롭게 퇴직한다’는 의미가 제게는 새삼 뜻깊게 느껴졌다”고 했다.
그는 “지난 20여 년간의 법관 생활은
저에게 배움과 즐거움, 열정과 보람의 연속이었다.
아무리 고되고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판사로 일하는 것이 그저 즐겁고 보람 있었다”며 판사 생활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렇지만 계속될 줄만 알았던 법관 생활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지난 몇 년간 저 역시 법관으로서 예상치 못한 일을 겪기도 했다”면서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힘겨웠던 시기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성 부장판사는 2016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를 지내던 시절
검찰이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된 판사를 수사할 당시
영장 기록 등을 바탕으로 한 수사 상황을 법원행정처에 보고했다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된 법관으로 지목되면서
검찰 수사를 받은 바 있다.
2019년 3월 결국 기소돼 재판을 받았던 성 부장판사는
1·2심 무죄에 이어 대법원에서 2021년 11월 무죄가 확정됐다.
이후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도
성 부장판사의 징계 사유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무혐의로 결론내렸다.
성 부장판사는 사의글에서
법복을 벗기로 결심하게 된 직접적인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제가 사랑하던 법원이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여러 위기와 변화를 마주하는 것을 보면서
법원과 법관직에 대한 저의 열정이 예전 같지는 못하게 되었음을
냉철하게 자각하게 됐다”면서
“개인의 노력만으로 다시 어떠한 변화를 이뤄낼 수 있을까 하는
회의적인 생각도 들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쉽고 송구하기 그지없지만,
사람이 나아감과 물러감의 때를 알아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 되새기며
사직을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런 내용을 두고 한 법조인은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
열심히 일한 판사가 보상받을 길이 없는 법관 인사 정책과
사법부가 겪었던 내홍 등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성 부장판사는
“어릴 적 좋아하던 시인의 짧은 시구로 마지막 인사를 대신한다”며
유치환 시인의 시 ‘행복’의 마지막 구절인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라”를 남기고 글을 마무리했다.
성 부장판사가 글을 남기자 동료 법관들과 법원 일반 직원 등 185명이
“고생하셨다” “아쉽지만 앞길을 응원하겠다”는 등의 댓글을 남겼다.
한 판사는
“몇년 간 많은 고뇌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나가셔서도 밝은 미소로 법원을 바로 보실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또 다른 판사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내색없이 주변을 편안하게 하신 기억이 있다”고
댓글을 달기도 했다.
한 법원 직원은
“지난 날의 고되고 혼란스런 여정에서도 애써 숨기고 달래며 참아낸
번민의 흔적이 느껴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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