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133] 뒤통수에도 눈을 달자
젊은 시절 외무고시를 보던 때의 일이다.
일본어 시험을 치르는데
문제 지문의 제목이 ‘後頭にも目を付けよう(뒤통수에도 눈을 달자)’였다.
다소 엉뚱한 제목이어서 고개를 갸우뚱했는데,
내용인즉슨 문을 열고 닫을 때 매너를 지키자는 내용이었다.
스프링 경첩이 달린 현대식 여닫이문은 사용이 편리하지만,
문을 연 후 그냥 놓아버리면 스프링 반동으로 강하게 제자리로 되돌아가면서
뒷사람이 다칠 수도 있으니
문을 이용할 때 뒤를 확인하는 습관을 기르자는 주장을 하면서
눈길을 끌기 위해 ‘뒤통수에도 눈을 달자’라는 제목을 단 것이었다.
중요한 시험에서 접한 글이라 그 내용이 머릿속에 남아 있었는데,
얼마 뒤 누군가가 문을 열고는 그대로 휙 지나가면서
뒤에 있던 지팡이 짚은 노인이 되돌아오는 문에 부딪혀 넘어질 뻔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 뒤로는 문을 여닫을 때 뒤에 사람이 있는지 꼭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덕분에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살필 때도 많은데,
안타깝게도 한국에서는 문을 열 때 뒤에 사람이 오는지 확인하거나
뒷사람을 위해 잠시 문을 잡아주는 사람들을 거의 보지 못했다.
(일반화의 오류일지 모르나) 미국에 잠시 거주하면서 느낀 바로는
사람들이 문을 열 때 습관처럼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려 뒤를 살피는
‘도어 에티켓’이 생활화되어 있다는 인상이었다.
지금은 유압식 경첩이 보급되면서
문의 반동으로 인한 안전사고의 위험은 줄었지만,
그래도 서로가 뒷사람을 배려한다면 그만큼 더 안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에서는 큰 사고가 날 때마다 책임자 처벌 목소리가 드높지만,
누군가를 향한 분노와 질타가 능사는 아닐 것이다.
시민 각자가 일상 속 도처에서 타인의 안전을 위해 작은 배려를 실천할 때
비로소 보다 쾌적하고 안전한 공동생활에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새해를 맞아 복 많이 받기를 바라는 기원과 함께
서로의 안전을 위해 ‘뒤통수에도 눈을 달자’는 다짐을 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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