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공부

[김규나] (188) 공짜로 사랑해줬으니 감사하라?

colorprom 2022. 11. 16. 14:30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88)

공짜로 사랑해줬으니 감사하라?

 

입력 2022.11.16 00:00
 

드디어 나는 잘 성장하여 어디론가 팔려가 다시는 엄마를 볼 수 없게 되었다.

엄마는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고 나 역시 그랬다.

그래서 우리는 울었다.

하지만 엄마는 마음을 다해 나를 위로하면서

우리는 현명하고 선한 목적으로 이 세상에 부름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니 불평하지 말고 우리 의무를 다해야 하며,

그 목적을 찾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다른 이들을 위해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 마크 트웨인 ‘어느 개 이야기’ 중에서

청와대에서 함께 찍은 사진들을 홍보하며 남북한 평화의 상징으로 이용했던

풍산개 곰이와 송강이가 4년 만에 유기견으로 전락했다.

가장 큰 이유는 개를 키우는 데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250만원

매달 국고에서 지원되지 않기 때문이다.

 

충직한 에일린은 집에 불이 나자

어미 개의 가르침을 기억하고 용감하게 뛰어들어 주인집 아기를 구한다.

처음엔 아이를 해친다고 오해한 주인에게 구타당해 다리를 절게 되지만,

뒤늦게 상황을 이해한 가족은 영웅이라며 고마워한다.

하지만 과학자였던 주인은 에일린의 새끼를 데려다 잔인한 실험을 하고 버린다.

씨앗을 심으면 꽃이 피고 열매를 맺듯,

땅에 묻힌 새끼도 잘 자라 돌아오리라 믿었던 에일린은 결국 슬픔 속에서 죽고 만다.

 

풍산개 논란을 보며 그 사람의 진심이 헤아려진다.

세월호 희생자에게 남긴 ‘미안하다, 고맙다’는 방명록,

지뢰에 다리를 잃은 군인에게 ‘자장면 먹고 싶다든지 하는 소망 없냐’던 위로,

‘입양한 아이도 취소하거나 바꿀 수 있게’ 하자언사,

사살 소각당한 우리 국민에게 씌운 자진 월북 누명,

살고 싶어 발버둥 치던 탈북 청년들 강제 북송.

 

는 인간과 함께 진화해오며 깊은 유대 관계를 맺어온 동물이다.

17년을 함께한 개는 “이제 그만 지켜줘도 돼” 하는 말을 듣고서야

내 품에서 마지막 숨을 놓았다.

수입이 없던 어려운 시절에도 내게 온 생명을 포기하고 싶은 적은 없었다.

그래서

무상으로 양육하고 사랑을 쏟아준 것에 오히려 고마워하라’며

기르던 개를 매정히 내보낸,

월 1400만원 비과세 연금 수령자의 처지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