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세상]

[미국] 애플이라는 ‘문화’의 힘

colorprom 2022. 10. 25. 18:06

[특파원 리포트] 애플이라는 ‘문화’의 힘

 

입력 2022.10.20 03:00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1년 반 정도의 실리콘밸리 생활 중 가족 외에 갤럭시 사용자를 본 적은 딱 한 번 있었다.

실리콘밸리 네트워크 장비 회사 시스코의 행사장에서 안내를 맡은 미국인이었는데,

당시 그는 유럽계 취재 기자로부터 “그거 왜 쓰세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안내원은 “매우 만족한다”고 대답했지만,

나는 귀찮아질까 봐 손에 쥐고 있던 갤럭시 스마트폰을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올해 2분기 기준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 점유율은 48%, 삼성은 30%다.

하지만 체감상 격차는 훨씬 크다.

10대 아이들부터 머리 희끗한 어르신까지 대부분 아이폰을 들고 있다.

최근 만난 한 애플 직원은 이를 “애플이라는 문화의 힘”이라고 했다.

친구들뿐만 아니라 부모, 조부모까지 모두 아이폰을 사용하는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대를 이어 아이폰을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우린 다음 (소비) 세대가 준비돼 있다”고 했다.

자신감이다.

 

기능적 측면만 보면 갤럭시가 결코 아이폰에 밀리지 않는다.

사실 갤럭시가 더 나은 측면도 있다.

십수년간 아이폰만 사용하다 갤럭시의 편한 연결성과 개방성에 반해 갈아탄 사람도 많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실리콘밸리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기능을 강화한 신제품이 쏟아진다.

좋은 제품을 값싸게 내놓으면 팔릴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이 제품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해되지 않으면 소비자들은 지갑을 열려고 하지 않는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와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

제품의 기능보다 의미’와 ‘’에 집중했다.

‘왜 사람들이 이 폰을 써야 하는가’ ‘사람들에게 어떤 폰이 필요한가’가 시작점이었다.

 

애플은 이렇게 10년 넘게 사람들의 요구를 채워주며

스마트폰 제조사 이상의 문화를 만들어냈다.

믿을 수 있는, 내 주변의 모든 사람이 쓰는, 삶과 밀접하게 연관된 제품이라는 문화다.

 

삼성은 어떤가.

삼성전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하드웨어를 내놓지만, 그에 걸맞은 문화가 아직은 없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패스트팔로어(추격자) 전략을 사용하며

짧은 시간 세계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데만 목적을 뒀기 때문이다.

신제품을 내놓아도 더는 점유율에 변화가 없다면

이제는 문화를 만드는 쪽으로 선회해야 한다.

 

기기를 제조해 판매하는 업체에 문화까지 만들라는 주문은 가혹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다.

자동차, 세탁기, 냉장고, 컴퓨터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제품의 판매는

오랜 기간 쓴 사용자들의 시간과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제품 이상의 것을 판매한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신기술을 적용한 제품이라면 이제 중국제에서 더 많다.

문화를 구축하지 못하면 머지않아 잡아먹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