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공부

야당의 ‘기초연금 확대 5종 세트’

colorprom 2022. 10. 10. 21:00

[태평로] 세 번 집권해본 야당의 ‘기초연금 5종 세트’

 

감액 조항 다 없애고 40만원 주면 3년 후 기초연금 예산만 50조원
80년대 야당도 아니고 집권해본 정당이 너무하지 않나

 

입력 2022.10.05 03:00
 

세금으로 시행하는 복지제도 중 가장 덩치가 큰 것은 무엇일까.

기초연금으로 올해 예산이 무려 20조원이다.

오랫동안 1위를 지켜온 기초생활보장제도(올해 예산 16조원)를 뛰어넘은 지 오래다.

올해 기준 65세 이상 인구는 898만명인데,

이 중 소득 하위 70%에 속한 628만명이 기초연금을 받고 있다.

 

 
2020년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에서 직원이
기초연금 관련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 News1

 

올해 기초연금 대상자가 매달 받는 돈은 30만8000원이다.

이 돈을 65세 이상 전원에게 줄 경우 33조2000억원이 필요하다.

그런데 20조원인 것은 몇 가지 감액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소득 상위 30%를 제외하는 것 말고도

부부가 동시에 기초연금을 받으면 20%를 감액하고 있다.

부부가 한 명도 못 받는 집도 있는데 둘 다 전액 받을 경우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별 문제 제기가 없이 시행 중이다.

이것뿐만 아니라 기초생활보장제도 생계급여를 받는 고령자에게도 기초연금을 주지만

소득인정액에 넣어 공제하기 때문에 사실상 주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자신의 소득·재산으로 최저생활을 유지할 수 없을 때

보충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을 많이 받으면 기초연금을 최대 50%까지 감액하는 제도가 있다.

국민연금에 이미 소득재분배 기능(A급여)이 있다는 이유로 넣은 것이다.

 

이런 감액 조항들로 올해에만 13조2000억원의 예산을 줄인 셈이다.

 

그런데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얼마 전 국회 대표 연설에서

기초연금을 40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 주장을 이번 정기국회 7대 입법 과제 중 하나로 꼽고 있다. 여기에다

부부 삭감 폐지, 노인 100%에게 지급, 기초생계급여와 연계 폐지, 국민연금과 연계 폐지

등을 지난 대선 때 공약했거나 법안으로 제출해 놓고 있다.

‘기초연금 확대 5종 세트’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대선에서 기초연금 40만원을 공약했고 국정과제에도 넣었다.

하지만 연금 개혁의 틀 속에서 논의해 단계적으로 인상하겠다는 점이 다르다.

 

서민과 중산층의 이해를 대변한다는 민주당

왜 어려운 노인들을 더 두껍게 지원하자고 요구하지 않고

굳이 잘사는 사람까지 기초연금을 주지 못해 안달인지 이해할 수 없는 점은

일단 논외로 치자.

감액 제도 하나하나가 맞느냐는 논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과 연계, 기초생계급여와 연계는

기초연금 40만원 지급을 앞둔 시점에서 보니 개선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기초연금은 다른 제도들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는데

앞뒤 가리지 않고 3종 세트, 5종 세트를 처리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무엇보다 기초연금만 덜컥 인상할 경우

시급한 국민연금 개혁이 더 멀어질 수밖에 없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국민연금 평균소득(월 268만원) 가입자가 올해부터 30년 보험료를 부어야 81만원을 받는다.

부부에게 기초연금 80만원을 주면

평생 국민연금을 낸 사람과 형평성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지급액이 늘고 65세 이상 인구도 늘기 때문에

모든 노인에게 40만원씩 지급하려면 당장 3년 후인 2025년 약 50조원이 필요하다.

기초연금 5종 세트를 도입하면 불과 3년 만에 예산이 2.5배로 늘어나는 것이다.

 

형평성 시비에 더해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생기는 이유다.

 

오죽하면 평소 복지 확대를 주장해온 정의당까지

막 던지고 보는 정책’이라고 비판했겠는가.

 

집권 경험이 없는 80년대 야당도 아니고 세 번이나 집권해본 야당이 이런 식이니

한숨이 나올 뿐이다.

이러니 현 대통령이 실수하고 서툴러도

그래도 이재명 된 것보다는 낫지”라는 말이 수그러들지 않는 것이다.